어느 음악사이트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한 앨범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부분의 후보로 오른 이유는 근래 한국 힙합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인상적인 앨범이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 등이 이루어낸 ‘힙합의 대중화’와는 동 떨어진 화지는 음악차트의 단골손님인 발라드화 된 힙합, 즉 상품화된 ‘이쁜 힙합’에는 무관심한 채 오로지 힙합 본연의 멋을 추구하는 신인답지 않은 포부를 보여 왔다.
매우 영악하다. 앨범의 주제는 술과 섹스로 대표되는 쾌락, 욕망을 채우며 방황하는 도시의 청춘들이다. 이에 화지는 그 당사자의 입장에서, 그 모든 것들을 통달한 듯 이야기를 전달한다.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한 채, 애매하게 끼어버린 청춘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회의감에 대한 서술은 없고, 위로조차 하려하지 않는다. 마치 ‘괴물’이 되어버린 20대와 괴의한 사회현상에 대한 정의와 정확한 해결책도 없이 그저 젊다는 이유만으로 설득되어버리는 타당성을 제시하는 그의 태도는 거만해보이기 까지 한다.
듣기 껄끄러운 치부들이 가득 찬 민감한 주제를 다룬 앨범은 신기하게도, 듣기에 불편함이 없으며, 오히려 매력적이며 심지어 황홀하기까지 하다. 이의 공은 당연 화지의 랩에 있다. 묵직한 그의 래핑은 뛰어난 스킬이 없어도 곡을 휘어잡을 수 있다는 좋은 예이다. 탁월한 단어 선택과 세련된 플로우의 랩은 불필요하게 낭비되지 않으며 이야기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또한 영 소울의 프로듀싱은 앨범의 나른하고도 우울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멋을 더한다.
앨범의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공통된 일관성을 가진다. 어느 하나 눈에 띄는 특별한 트랙도 없고, ‘말어’나 ‘바하마에서 봐’를 제외하고는 중독성을 가진 훅도 없기 때문에 처음 들었을 땐 이 앨범의 매력이 그렇게 크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앨범의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그러나 ‘보여주기 식’의 힙합이 대세가 된 오늘 날, < EAT >는 오직 자신의 이야기에 충실한 한 엠씨가 만들어 낸 높은 짜임새를 갖춘 흔치않은 수작이다.
-수록곡-
1. 집에서 따라하지마 (with YoungSoul of Radiostarr) [추천]
2. 새로운 신
3. 말어 (with Okasian) [추천]
4. 잘 자, 서울 (with Chaboom)
5. 젊은데 (Original Ver.) [추천]
6. 못된 년 [추천]
7. Fetish [추천]
8. 스물다섯
9. 테크니컬러
10. 한 그루만 태울게
11. 똥차라도 괜찮아 [추천]
12. 바하마에서 봐 (with Hwi Kim)
13. BOBBY JAMES BOMB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