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록의 절대 강자, 갓스피드 유! 블랙 엠페러(Godspeed You! Black Emperor. 이하 GYBE)는 여전히 위대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해외에서는 앞다투어 이들을 논하려는 평단과 더불어 숱한 다이하드 팬들까지 양산해낸 가히 신드롬적인 존재가 바로 GYBE이다. 반면에 국내의 경우를 보자면, 모과이(Mogwai)나 시규어 로스(Sigur Ros)같은 일명, 국민 포스트록 밴드들에 비해선 처참한 인지도를 자랑한다. 이에 상대적으로 대곡 지향의 GYBE는 심오한 음악과 더불어 언론에도 자신들을 노출하길 꺼리는 다소 미스테리한 컨셉을 지향한다. 갓스피드 유 블랙 엠퍼러라는 길고도 생경한 밴드 이름은 일본 야나기마치 미치오의 다큐멘터리 < Buraku Empororu (1974) >에서 인용했다. 이 음울한 흑백 영화의 분위기는 희망과 절망을 혼용한 세기말적인 이들의 음악과 맞닿아있다.
2012년에 발표한 < Allelujah! Don't Bend! Ascend! > 앨범 이후 3년 만의 신보이지만 수많은 GYBE의 열혈 추종자들에겐 그다지 새롭지 않을 수는 있다. 본 앨범 < Asunder, Sweet and Other Distress >는 이미 라이브에서 수차례 선보인 바 있었던 'Behemoth' 라는 곡을 스튜디오 버전으로 다듬어 4트랙으로 나누어 발표한 것이다. 이전의 앨범 작업의 경우는 GYBE의 지인들이나 주변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아 작업했지만, 이번 신작은 저명한 엔지니어 그렉 놀먼 (Greg Norman)이 맡게 되어 전작들보다 사운드적 측면에서 봤을 때 질적 향상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앨범의 오프닝인 'Peasantry or 'light! inside of light!''는 슬로우 템포 속에서 디스토션이 점철된 기타 사운드와 특유의 웅장한 오케스트레이션, 견고한 리듬으로 기승전결 뚜렷한 서사를 수놓는다. 이 곡에서는 포스트록의 대표적인 작법인 빌드업 이후 절정으로 치닫는 그 단계를 자연스럽고도 다소 빠르게 이루어냈다. 꿈을 꾸는 듯 유영하는 선율의 멜로디는 마치 연옥을 표현한 듯하다.
이어지는 드론 노이즈 트랙인 'Lambs' breath' 와 'Asunder, sweet'은 앨범의 전체적인 면을 봤을 때 호흡 단계로 텐션을 유지하며 긴박감을 조성하고 있다. 웅웅거리는 앰비언트 속에서 한껏 침잠을 이루며 마지막 곡을 위한 엄숙한 전조인 셈이다. 드디어 앨범의 하이라이트인 'Piss crowns are trebled'이다. 굉음을 내뿜는 기타와 바이올린의 현악 세션은 한데 어우러져 최후로 향하는, 통렬한 크레센도가 진행된다. 14분에 이르는 대곡을 드라마틱하게 전개하며 포스트록이 보여줄 수 있는 심연의 깊이에서는 최정점에 도달한 경지이다.
이러한 GYBE만의 색채는 경이롭고도 다채로우며 듣는 이의 폐부를 관통한다. GYBE의 등장으로 수많은 아류를 만들어냈지만, 그 아류들은 아류에 지날 수밖에 없었다는 진리는 대다수의 포스트록 추종자들에게서 회자될 만하다. 해외 유수의 음악 매체들은 이들의 음악을 어떻게든 글로 묘사해내려고 갖가지 수사적 표현을 총동원하고 있다. GYBE는 이 해석하려 하는 시도들이 무방할 정도의 음악을 20년 넘게 묵묵히 선사하고 있다. 리스너의 입장인 우리들도 그저 묵묵히 이들의 음악에 적셔지면 되는 거다. 그것도 아주 편하게.
- 수록곡 -
1. Peasantry or 'light! inside of light!' [추천]
2. Lambs' breath
3. Asunder, sweet
4. Piss crowns are trebled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