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 Colour >는 거대한 '레트로 마니아'의 콜렉팅이다. 1980년대 레이브 파티부터 덥스텝, 빅 룸과 브레이크비트, UK개러지를 거쳐 앰비언트, 레게의 향수까지. 제이미 엑스엑스는 이 시대의 깊은 마니아가 분명하고 그 결과는 영국 일렉트로닉 씬의 역사를 압축하다시피하여 새 시대에 맞게 압축하고 재단한 이 앨범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과거라는 빛을 현재라는 프리즘에 투과해, 앨범 표지처럼 찬란한 무지갯빛 황홀을 제시한다.
심플한 비트로부터 출발해 점층적으로 루프를 쌓아나가는 'Gosh'부터가 짙은 노스탤지어의 향연이다. 올드스쿨 정글 스타일의 드럼 앤 베이스로부터 출발하는 곡은 실제 1990년대 BBC 라디오 샘플이 첨가되며 진한 과거의 색을 뿌린다. 무아지경으로 빠져드는 과정에서 본디의 과격함은 뿌연 멜로디로 대체되고, 이는 아득한 쾌감으로 되돌아온다.
선두 트랙에서 제시하듯 앨범은 구름 속처럼 흐릿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가 주를 이룬다. 에이펙스 트윈 스타일 앰비언트 'Sleep sound', 'Seesaw'나 스틸 드럼 비트 위에 세기말적 멜로디와 보컬 샘플을 적절히 심은 'Hold tight'과 'Girl', 대중적인 팝 트랙이라 할 수 있는 'I know there's gonna be (good times)'까지. 정체성의 조합은 희미한 소리의 끈이다. 더 엑스엑스의 음악처럼 제이미 엑스엑스의 세계 또한 어딘지 모를 냉철함 속에 따뜻한 온기를 품고 있다.
이 속에서 다채로운 개성이 서로 공존한다. 더 엑스엑스의 손길이 닿은 트랙을 살펴보자면 단출한 키보드 루프 위에 올리버 심(Oliver Sim)의 목소리가 더해진 'Stranger in a room'이 있고, 리듬감 넘치는 기타 연주와 코러스가 은근한 R&B 그루브를 생성하는 로미(Romy)의 'Loud places'가 있다. 'I know there's gonna be (good times)'같은 경우 < NME >의 표현을 빌리자면 '미국 스타일이 어필한 런던 사운드'를 담은 힙합-레게 곡이다. 기계적인 역사성에 부드러운 멜로디와 감성의 심장 박동까지 더했다.
더이상 새로울 것이 있을까 싶은 음악 시장의 화두는 단연 레트로다. 제이미 엑스엑스의 음악에 쏠린 매체의 관심도 사실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 큰 몫을 차지한다. 그런데도 이것이 단순한 관심에 그치지 않고 극찬으로 이어지는 까닭은, 그만큼 이 젊은 아티스트가 영민하게 과거와 현재를 왕래하며 현명한 마니아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의미를 따지지 않아도 'Obvs'와 'Sleep sound'의 오묘함은 중독적이며, 'The rest is noise'의 몽환은 매력적이다.
자유로운 시간 여행의 음악 색칠 공부로부터 출발한 제이미 엑스엑스는 젊은 재능을 통해 무궁무진한 색의 팔레트를 들었다. < In Colour >는 차세대 마니아들의 레트로 드로잉의 교본으로 삼을 수도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수록곡-
1. Gosh [추천]
2. Sleep sound
3. Seesaw (Feat. Romy) [추천]
4. Obvs [추천]
5. Just saying
6. Stranger in a room (Feat. Oliver Sim) [추천]
7. Hold tight
8. Loud places (Feat. Romy) [추천]
9. I know there's gonna be (Good times)
10. The rest is noise
11. Girl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