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Waves, Smoke, River
안다영
2014

by 박수진

2017.01.01

몽환적이면서도 강렬하다. 서서히 쌓이는 소리의 탑은 일순간에 무너지고 이는 아찔한 음악적 쾌감으로 이어진다. 포스트 록의 기조를 충실히 따라 준수한 결과물을 이뤄낸 모양새다. 시작부터 청각을 후벼 파는 단단한 보컬 또한 듣는 이의 감정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일궈낸 특유의 서정성이 듣는 이에게 무리 없이 소구되는 이유다.

2012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를 통해 데뷔한 안다영의 첫 EP는 오롯이 ‘안다영’ 그 자체다. 작사, 작곡, 편곡에 아트워크, 부클릿까지 모든 곳엔 그의 손길이 묻어 있다. 모든 요소를 스스로 해낸 앨범은 흔들림 없이 단단하고 안정적으로 지향점을 드러낸다. ‘Fever’의 낮게 깔린앰비언트적 사운드는 듣는 이를 몽환의 세계로 이끌고, 불어오는 바람의 서늘한 소리를 현악기로 만들어낸 ‘Till the night there’은 날카로운 서정성으로 발화한다.

짧은 앨범이지만 이를 통해 그는 기존 인디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와는 다른 질감과 무게를 선보인다. 이는 피아노와 신시사이저를 적절히 배합하고 서정적 분위기를 형성해내는 기타 리프와 매력적인 보컬 운용이 만들어낸 영특한 결과물이다. EP가 아닌 긴 호흡의 음반이었다면 어떤 결과물로 이어졌을지 궁금해질 만큼 만족스럽다.

가장 큰 수확은 그가 자신의 음악 성향을 확실히 드러냈다는 점이다. 특별한 서사 없이 반복되는 가사와 공간감, 무너짐을 중심으로 만들어내는 곡의 서정성은 그가 추구하는 음악을 여실히 보여준다. 점점 획일화되는 인디신의 보기 드문 음악 지향점을 담은 앨범. 혼자 꾸린 앨범이지만 이 정도면 일당백의 에너지로 가득 찬 인상 깊은 첫 등장이다.

-수록곡-
1. Dreamer
2. Fever
3. Waves, Smoke, River [추천]
4. Till the night there [추천]
박수진(muzikis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