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트로니카와 솔로 여성 뮤지션이라는 정보만 놓고 보았을 때 캐나다 출신 인디 가수 그라임스를 떠올렸다. 음반 커버의 말괄량이 같은 사진을 보면 이 같은 연상이 무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첫 곡이자 타이틀인 이 싱글을 넘어서자마자 자세를 고쳐 앉았다. 모방의 그림자를 사라지게 할 자기 고백의 독기가 날카롭게 달려들기 때문이다.
사운드클라우드를 중심으로 언더그라운드 활동을 이어가던 그가 발매한 두 번째 EP < Neo Eve >의 머릿곡이다. 발음을 뭉개버리는 래핑과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오토튠과 적절히 안배한 스타일이 우선의 청각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거침없이 내뱉는 비속어며 무신론자임을 외치는 가사가 전투적인 반항아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데 허세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명확한 자기 색깔의 음악과 탄탄한 래핑 덕이다.
지난 음반보다 더 날이 선 비트와 전면에 선 오토튠의 차용이 뮤지션 재키 와이를 조명한다. 이 곡을 비롯해 5개의 수록곡, 특히 ‘To. lord fxxker’을 중심으로 드러나는 적나라한 내면의 서사는 작품에 들어찬 울분을 풀어내며 그가 눈여겨 볼 존재임을 알린다. 꽉 채워 세상에 던진 강렬한 인상의 출사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