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Over and Over
케이(김지연)
2019

by 손기호

2020.01.01

러블리즈 케이 김지연의 첫 번째 솔로 데뷔앨범. 예명을 뒤로하고 본명을 내세운 그는 그룹의 이미지를 벗고 새로운 음악을 통해 한 발자국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다. 팀 내에서 처음으로 발매된 개인 앨범은 자신을 넘어 앞으로 러블리즈가 가져야 할 다양성을 예고한다. 김지연은 그동안 쌓아 올린 음악적 신뢰를 지키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의 실력과 가능성 그리고 기존과 차별화된 모습까지도 증명해야 한다.

‘Back in the day’와 ‘I go’로 이어지는 시작부터 아쉽다. 동화는 러블리즈의 음악에서 자주 묘사됐지만 위의 두 곡은 다시 한번 러블리즈의 전작들을 답습하여 어설픈 디즈니를 떠오르게 한다. 오랜 시간 발목을 붙잡았던 청순가련을 버리고 희망을 노래하는 것은 반갑지만 진행의 차이만 있고 틀은 바꾸지 않았다. 아련하게 외치는 'I go'는 절망에 빠진 누군가를 구하기에는 힘이 모자란 채 멜로망스 정동환의 스트링 라인만이 혼자 빛을 내며 이야기를 끝낸다. 그 속에서 주인공 케이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표류한다.

꿈에 대해 고백하는 ‘Dreaming’도 특별하지 않다. 동심으로 포장하기엔 ‘손끝에 닿을 듯한 작은 꿈’, ‘두 눈을 감으면 두 손이 닿으면 속삭여줘 Baby dont cry’ 같은 유치한 가사가 몰입을 방해한다. 이어지는 밤을 시제로 사랑을 말하는 알앤비 곡 ‘종이달’과 비교되며 어리숙한 모습은 오히려 배가 된다. 어른을 흉내 내는 아이처럼 한껏 고조된 감정은 ‘Cry’와 ‘이 비(雨)’로 이어진다. 이별과 추억을 담은 발라드곡은 케이의 여린 음색과 어우러져 좋은 하모니를 이뤄내지만 결국 서정성에만 머문다.

변화에 대한 부담은 온전히 대중의 몫이었다. 힘이 들어간 목소리는 음을 하나하나 짚어내 불안하고 각기 다른 주제의 곡을 같은 톤과 높낮이로 불러 듣는 재미를 떨어트린다. 그동안 케이는 드라마 OST와 예능 프로그램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앨범 단위의 서사를 이끌어 가기엔 부족하다.

러블리즈는 엠넷의 < 퀸덤 >에서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Sixth sense’를 커버하며 이미지 고착화를 경계했지만 오히려 엉성한 무대로 조롱받았고 성숙한 느낌으로 다시 편곡한 ‘Ah-choo’는 곡에 대한 이해조차 떨어지는 모습에 스스로 놀림거리가 되었다. 염려스럽게도 케이의 개인 앨범은 그런 평가의 연장선이 될 확률이 낮지 않다. 러블리즈란 틀은 야심 차게 건 김지연이란 이름에도 그림자처럼 붙었다. 그에게 굳은 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내공은 아직 쌓이지 않았다.

-수록곡-
1. Back in the day
2. I go
3. Dreaming
4. 종이달
5. Cry [추천]
6. 이 비(雨)
손기호(gogokih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