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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crazy
지민(Jimin)
2023

by 장준환

2023.04.01

감각적인 조성이다. 파문이 이는 듯 잔잔히 일렁이는 피독의 비트, 그리고 아련함을 남기는 지민의 여린 가성이 잰 듯이 겹쳐진다. 작품의 모태가 된 영화 < 라이크 크레이지 >를 위시해 자체 제작한 내레이션 역시 실험적 요소임에도 금세 작풍과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피 땀 눈물’, ‘Save me’ 등 여러 BTS의 곡에서 이미 입증된 도입부 연출이 빛을 발했다.


곧바로 배치되는 신스팝 구간이 독특한 이유다. 1980년대식 영롱한 신시사이저와 리듬 라인이 차례로 등장하고 여러 악기가 부유하듯 층위를 쌓으며 흥을 돋운다. 다소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이긴 하나 보컬의 감정선과 사운드 간 잔향을 유지하여 ‘공허함’이라는 테마를 견지했다는 점이 유효하다. 대중성을 고려한 첫 개인 음반의 타이틀로도, 지민이라는 가수의 특색을 피력하기에도 여러모로 적소의 환경을 마련했다.


곡 자체만 본다면 좋은 시작점이다. 선공개곡 ‘Set me free pt.2’에 비해 음색과 무게감의 밸런스를 부드럽게 조율한 덕에 향후 활동에 담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표명했다. 자칫 성적과 지표에 놓치기 쉬운, 음악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장준환(trackcamp@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