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햇살이자 상쾌한 바람과도 같았던 루시가 영화 < 크리스마스의 악몽 >에 나올 법한 겨울의 장난꾸러기 유령으로 변했다. 둔탁한 베이스는 공포감, 전체적인 멜로디는 익살스러움을 만들어 낸다. 변칙적인 템포와 세션 배치로 분위기를 조율해 혼란과 두려움의 심리를 표현하는 것 자체는 좋으나 흐름이 지나치게 급박하고 과도한 나머지, 의도된 콘셉트와는 별개로 좋지 않은 어수선함이 있다. 무너진 중심을 다시 세우는 후반부 브릿지의 아름답고도 음산한 바이올린 솔로, 그리고 그 후 모든 세션의 매력이 짧고 굵게 발휘되는 아웃트로만큼은 강렬하고 인상 깊다. 루시라는 밴드 안에서 바이올린에 부여된 책임이 얼마나 막중하고 소중한지 새삼 확인하게 되는 싱글이다.

Boogie man
루시(LUCY)
2023
김태훈(blurrydayone@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