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븐(EVNNE)의 첫 등장은 강렬했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 보이즈플래닛 >의 우승 데뷔조 제로베이스원에 뒤를 이어 출범한 파생 그룹임에도 첫 작업물 < Target: Me >에는 분명 차별화된 지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호적상 선배 그룹인 제로베이스원이 영미권 전자 음악의 장르를 채택해 궤적을 그려갈 무렵, 이들은 전자 수용성을 더욱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정체성을 표출했다. 팽팽한 탄력을 자랑하는 'Trouble'과 'Jukebox', 퓨처 베이스 사운드 사이로 뒤죽박죽 박자를 넘나드는 'Pretty thing'에는 출사표 그 이상의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남다른 기세는 < Un: Seen >에서도 십분 이어진다. 농도로 치면 훨씬 진할 정도로. 금방이라도 찢어질 듯 왜곡을 거친 킥스네어와 각종 전자음으로 초장부터 강력한 인상을 퍼붓는 'Ugly'부터 긴장을 놓칠 수 없다. 독특한 소스 운용과 화제를 전복하는 안티 드롭 구조, 여기에 몬스타엑스의 'Gambler'스러운 묵직한 랩을 적소에 엮어내니 이븐만의 전선이 빠르게 구축된다. 비유하자면 K팝 신에서 맛볼 수 있는 힙노시스 테라피(HYPNOSIS THERAPY)와 같다.
애초에 이렇게 전진만을 강행하는 음반 자체가 오랜만이다. 같은 출신의 제로베이스원과 음향적으로 궤를 함께하는 부분이 존재하지만, 지향점이 달라 조합식과 표현 방식에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인다. 'Crush (가시)'의 영롱한 질감과 'In bloom'의 드럼앤베이스를 일부 벤치마킹한 'K.O. (keep on)'는 아예 저지 클럽 리듬까지 더해 부하를 적극 늘렸다. 정석적인 화음과 기승전결을 기획해 보이그룹의 전형을 따르는 듯 속이는 'Syrup'과 'Chase' 역시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세한 변주 지점이 가득하다. 정과 반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셈.
아직은 다섯 곡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산출물일지라도, 적절한 완급 조절로 균형을 중시 해온 EP 시장의 보편적 공식과 다르게 수록곡 모두 적정선보다 상위에 포진되어 있다는 점이 신선함을 자극한다. 계속해서 반전을 거듭하는 급진적 행보에 설마설마하면서도 다음 장을 넘겨보게 되는 매력이랄까. 여러모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하물며 이 농축된 에너지를 쉽게 예감하기 힘들도록 무심하게 유혹하는 커버까지도.
- 수록곡 -
1. Ugly [추천]
2. Syrup [추천]
3. K.O. (keep on) [추천]
4. Chase
5. Fes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