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알앤비를 선두하리라는 호기로운 평가가 무색할 만큼 티나셰의 십 년은 조용했고 무던했다. 소속 레이블을 옮기고 발매한 < Songs For You >로 나름 전환기를 맞으려 했지만 범주 내 예상가능한 음악이 계속되자 대중은 끝내 관심을 거두고 말았다. 결국 그동안 굳혀진 본인의 이미지를 고수할지 혹은 유행을 따라 새길을 모색할지의 갈림길에 선 상황, 티나셰는 꿋꿋이 전자의 길을 택한다.
미니멀한 구조로 만들어낸 공간감과 강조한 베이스 사운드 위로 되뇌는 중독적인 후렴구, 자넷 잭슨의 < The Velvet Rope >를 그리는 가련한 멜로디 라인까지 ‘Nasty’는 분명 훌륭한 곡이다. 마침 SNS에서 입소문을 타고 빌보드 싱글 차트 60위권에 진입해 약진을 이어가자 그는 이 사례를 자신의 선택을 뒷받침할 명분이자 꽤 강력한 동기부여로 삼았다. 그러나 인지도 있는 한 곡 몰아주기에 과도하게 집중하면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까진 예상치 못한 모양이다.
< Quantum Baby >는 작년 < BB/Ang3I >로부터 시작한 알앤비 삼연작의 허리에 위치한 앨범이다. 전작은 7곡, 이번에는 8곡. 연작의 특성상 부피는 작고 소리의 결은 비슷하다. 히트 싱글을 의도적으로 마지막에 배치해 존재감을 부각하려 했으나 앞선 트랙의 얇은 두께감을 고려하지 못하고 길을 잃었다. 앨범의 포문을 연 ‘No simulation’만이 비교적 짜임새 있는 완성도를 선보일 뿐 이는 결국 시작과 끝 사이의 공허함만 배가하며 적절한 효용을 낳지 못한다. 더불어 트랩 기반의 소울 넘버 ‘Thirsty’는 때지난 전개에 힘없이 주저앉았고 박차를 가해야 할 ‘Cross that line’ 속 난데없는 저지클럽 비트는 미지근하게나마 유지되던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다.
얼터너티브 알앤비 둘레에 한데 묶인 여성 뮤지션 중 티나셰가 가진 강점은 신구의 조화에 있다. 이를테면 현대적 사운드 질감에 덧댄 복고주의적 전개, 혹은 수십 년 전 알앤비 사운드에 얹힌 세련된 보컬. 말 그대로 대안이 되기 위해 주야장천 새로운 것만 좇아 애쓰는 다수와 달리 잊은 건 없을까 하며 뒤를 돌아봤다는 점은 남들과 유별될 수 있는 힘이었다. 특히 초기작에서 도드라지며 신인답지 않은 여유를 엿볼 수 있었지만 되레 연차가 쌓일수록 흐릿하고 희미해진 모습은 어쩌면 정체성을 상실 중인 것은 아닐지 우려가 앞선다.
시리즈의 출발점 < BB/Ang3I >에 박수를 쳤던 까닭은 호불호가 갈릴지언정 꾸준하게 밀고 나가던 특유의 사운드에 음악가적 탐구를 더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 Quantum Baby >를 이어지는 두 번째 파트라고 내세우기엔 올곧은 시각보다 상업적 야심에 물든 속 보이는 전략이 앞선다. 머지않아 마주할 마지막 조각을 향한 기대감보다 당장의 실망감이 앞선 지금, 이탈한 경로를 다시 찾아야 한다.
-수록곡-
1. No simulation [추천]
2. Getting no sleep
3. Thirsty
4. Red flags
5. Cross that line
6. When I get you alone
7. No broke boys
8. Nasty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