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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living room
매기 로저스(Maggie Rogers)
2024

by 한성현

2024.10.22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매기 로저스가 투어 개시에 맞춰 공개한 신곡이다. 대학 시절 그의 음악을 듣고 감동한 퍼렐 윌리엄스의 영상으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2016년 데뷔한 이래 인디 포크 팝 분야에서 꾸준히 이름을 알려왔다. 올해 4월에 발표한 세 번째 정규작 < Don’t Forget Me >의 연장선상에서 앨범의 제작진을 그대로 대동한 ‘In the living room’은 리듬에 잠재되어 있던 록적인 감각을 폭발적으로 일깨운다.


한 발짝 뒤에서 배경을 처리하는 어쿠스틱 기타와 전면에 나선 일렉트릭 기타, 조합 자체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큰 차이를 빚는 것은 당연하게도 아티스트의 기본기다. 입을 처음 뗄 때부터 심상치 않은 기세를 드러내는 선율은 순식간에 시네마틱한 풍경을 자아내고, 후반부 고음으로 치닫는 구간은 높은 호소력의 보컬과 만나 장대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런 목소리라면 가사가 그리는 이별의 상흔도 찬란하다.


대중적 팝 록 사운드는 팬데믹 시기 핫한 키워드로 떠오른 2000년대 에이브릴 라빈과 힐러리 더프, 켈리 클락슨과 미셸 브랜치와 같은 뮤지션의 스타일을 닮았고 가창의 감정적인 깊이는 그 원전이 되는 앨라니스 모리셋과 식스펜스 넌 더 리처, 크랜베리스 등 여성 얼터너티브 뮤지션의 퍼포먼스가 떠오른다. 복고를 피할 수 없는 오늘날 대중음악의 흐름에서 결과를 판가름하는 것은 각 요소를 어떻게 배합할지에 있다. 각각의 장점만을 영리하게 취한 매기 로저스의 이번 노래는 감히 그 이상향이라 할 수 있을 만한 곡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유행에 함몰된 우리의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재능 있는 음악가의 멋진 음악이다.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