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팝 밴드 미드나잇 조깅 클럽(Midnight Jugging Club)의 멤버 강지원의 첫 솔로 EP다. 짧은 재생 시간에도 불구하고 포크와 재즈, 록을 오가는 유연함과 이를 아우르는 세밀한 음악적 역량이 귀에 들어온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마주하는 방식에서 이제 막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는 아티스트의 미숙함을 느낄 수 있지만, 신인답지 않은 침착함 속에서 드러나는 섬세함은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무언가를 남긴다.
고요한 감성의 첫 트랙 ‘Crows’가 앨범 전반의 사운드를 예고한다. 정제된 편곡 위로 영리하게 엇갈리는 화성을 천천히 추가하며 감정의 층위를 한 겹씩 쌓아가는 모양새다. 후반부의 재즈 터치와 다소 느닷없는 마무리에선 예측을 벗어나는 재미가 있다. 즐거운 흐름은 ‘Jubilee’에서도 이어진다. 빠른 템포의 비트에 느린 선율과 속도감 있는 동기를 오가며 몰입도를 더하는데 이때 리듬을 교차하는 방식이 차분하고 체계적이다.
이러한 매력에 흐뭇함을 느낄 즈음 강지원은 음악과 더불어 의도된 불안으로 떨어진다. 그는 다음 트랙 ‘Pasta24’에서 엉켜버린 사랑에 매여 있는 어떤 순수함을 드러내는데 이 모습이 얼마간 서툴러서 외려 관심을 끈다. 다른 트랙에 비해 메시지에 대한 통제를 어느 정도 놓아버리며, 매끄럽지 않기에 인간적인 혼란을 마주하게 한다. 이 헝클어진 감정을 록 사운드로 갈무리하는 건 적확하다. 이런 이유로 편곡의 신선함보다 곡이 끝난 후의 여운이 더 도드라진다.
부드러운 보컬은 가창력을 자랑하기보단 음악을 구성하는 사운드 중 하나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에서 욕심을 멈춘다. 다만 발음이나 뉘앙스를 조절하는 예민함이 이러한 절제된 표현 중에도 돋보인다. 일기장 속 고백처럼 꾸밈없는 가사와의 조합도 괜찮다. 보다 강렬한 시도나 진중한 메시지를 연주할 땐 용기가 더 필요하겠지만, 가수가 현재 획득한 듣기 좋은 톤은 이후 찾아올 어떤 고민의 과정에서도 터 잡을 수 있는 좋은 발판이다.
앨범이 지나치게 짧은 탓에 더 오래 머물기를 원했던 몇몇 순간들이 서둘러 끝나버린 건 아쉬운 지점이다. 완전히 펼쳐지기 전에 미련을 남긴 채 매듭을 지어버린 감정들이 많은 질문을 던진다. 어쩌면 이 미완의 여백은 앞으로 강지원이 파고들어야 할 음악적 화두의 재료이자, 또 힌트가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도 그렇지만, 이 짧은 음반은 일종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그가 더 깊은 물음으로 마주할 넓은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 지켜볼 일이다.
-수록곡-
1. Crows
2. Jubilee
3. Pasta24 [추천]
4. Island island (zz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