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생 브라이언과 1999년생 마이클 다다리오(D’Addario) 형제는 태어나기 30년 전 음악을 예찬한다. 인터뷰에서 비틀스를 자신들의 영웅으로 뽑고, 비치 보이스에게 코드 전개를 배웠다 밝히며 좋아하는 뮤지션으로 데이브 클락 파이브를 말하는 심각한 애늙은이들이다. 과거 탐구가 일상화된 2020년대, 레몬 트윅스의 음악에서 옛 정신과 아우라가 유독 생생히 느껴지는 것은 이처럼 뜨거운 진심 때문일 테다.
넘쳐나는 창작욕을 표출한 2016년 < Do Hollywood >로 정식 데뷔 신고식을 치른 이래 듀오는 1960~70년대 록에 대한 애착을 줄곧 피력해 왔다. 슬라이드 기타로 사이먼 앤 가펑클의 서글픔을 품었던 2023년 < Everything Harmony > 이후 1년 만에 내놓은 < A Dream Is All We Know >는 정반대로 맑은 기운이 만연하다. 부드러운 화음과 정겨운 선율이 로큰롤 리듬을 만나 화사한 봄의 풍경을 꽃피우는 앨범은 한 편의 즐거운 로드무비다.
노래가 하나하나 술술 넘어간다. 기발한 후렴이나 콕 집어 특정할 만한 포인트를 배치하는 스타일이 아님에도 열두 곡 내내 유지되는 흡인력은 짜임새 있는 송라이팅의 결과물이라는 뻔한 말을 결국 내뱉게 만든다. 말랑말랑한 화음을 위시하여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빚은 편곡의 힘도 크다. 갖가지 악기가 들어갔지만 16트랙 아날로그 테이프로 녹음한 덕에 여백을 풍부하게 마련한 음반에는 음악적 증명을 위한 강박 대신 순수한 애정과 선망이 넘실댄다.
비단 피상적인 과거의 낭만화에 그치지만은 않는다. 지나간 전성기를 부르짖는 ‘My golden years’와 현실의 돌파구로서의 꿈을 노래하는 ‘A dream is all I know’ 등 앨범에는 후회와 미련이 옅게 깔려 있다. 사이키델리아를 첨가한 ‘Peppermint roses’는 직접적으로 이별 혹은 죽음에 의한 상실감을 다루기도 한다. 이것이 레몬 트윅스의 경쟁력이다. 그 자체로 특별한 소재는 아니지만 이러한 감정의 사용은 밴드가 1960년대와 70년대를 음악적 모토로 삼는 일에 그치지 않고 히피와 반문화의 태동으로 복잡했던 당시의 정서를 깊게 이해하려 애쓰고 있음을 보여준다.
함부로 대중음악의 본질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겠지만 때로는 이렇게 기초적인 접근만이 채워줄 수 있는 감동이 있다. 스트리밍이 아니라 오래된 턴테이블과 라디오로 들어야 할 것 같은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로 특정 시대상 재현 실력이 놀라운 < A Dream Is All We Know>는, 그래서 역으로 세대를 막론한 음악의 아름다움을 설파한다. 다 떠나서 좋은 의미로 곡 간 편차가 이렇게 없는 작품도 오랜만이다. 노래 하나를 고르려다 결국 34분 동안 쭉 듣게 된다.
-수록곡-
1. My golden years [추천]
2. They don’t know how you fall in place [추천]
3. Church bells
4. A dream is all I know [추천]
5. Sweet vibration
6. In the eyes of the girl
7. If you and I are not wise
8. How can I love her more? [추천]
9. Ember days
10. Peppermint roses [추천]
11. I should’ve known right from the start
12. Rock on (over and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