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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Did
이브(Yves)
2024

by 손민현

2024.12.31

‘이달의 소녀’의 결론이 아쉬운 분열만이 아니었음이 재차 증명되고 있다. 전신을 이은 루셈블과 아르테미스, 독자적인 세력화에 성공한 후발주자 트리플 에스 역시 올해 다른 것보다 음악이 빛났다. 프로듀서 밀릭이 세운 기획사에 입단하여 외로운 홀로서기를 택한 이브는 K팝 넘어 더 먼 곳을 바라본다. 힙합과 알앤비 중심 기획사의 이브 활용법은 첫 음반 < Loop >, 그러나 작은 볼륨에 너무 많은 고민을 녹인 탓인지 방향성은 혼재되어 있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은 시작부터 쉽지는 않았다.


도발적인 접근법의 ‘Viola’는 통쾌한 반격을 날린, K팝의 창의성과 다양성 키워드를 대표할 2024년의 트랙 중 하나다. 쨍한 신시사이저와 엷고 차가운 보컬이 풍기는 세련된 선율, 후렴구의 중독적인 멜로디가 달콤하게 귀에 안착하는 와중에 사운드 구조물은 자기 지향점을 선명하고 빠르게 쌓아나간다. 안무와 라이브를 함께 소화하는 K팝의 전형적인 외형을 갖추고 있으나 분명 공중파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아니다. 예리하게 날을 벼린 하이퍼 팝의 전형, 이번 여름을 불태웠던 찰리 XCX를 선망하는 이브의 눈길이 또렷하다.


타이틀의 여유로운 기세는 가능한 모든 음역대의 매력을 살린 ‘Hashtag’, 베이스 반주만 흐르는데도 중심을 잃지 않은 ‘Dim’까지 이어진다. 더군다나 이러한 스타일에 필수적인 매끄러운 영어 발음이나 표현법에도 걸림이 없다. 흡족하게 다듬어진 가창 운용이지만 앞으로 더 필요한 건 깔끔하고 구체적인 설명이다. 가벼운 기타 리프로만 꾸민 ‘Gone girl’이나 통통 튀는 리듬이 강조된 ‘Tik tok’은 앞의 두 곡과 묶음으로 들어가기에는 평범한 진행과 멜로디로 돌아갔고, 애초에 5곡의 짧은 기획서로만 이브의 청사진을 완벽히 가늠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의 존재감이나 첫 출발점이 기억나지 않을 만큼 민첩한 변화다. 게다가 콘셉트를 강하게 어필했던 이전 활동 영역에서는 소개하기 어려웠을 스스로의 내면, 이브 본인이 음반을 소개할 때 늘 꺼내는 ‘평온함’이라는 키워드로부터 주제 의식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K팝의 굴레에 예속되지 않고 영리하게 활용하는 아티스트로의 첫 도약 < I Did >. 한번 해봤으니 두 번째는 더 쉬울 것이다.


-수록곡-

1. Viola [추천]

2. Hashtag [추천]

3. Gone girl

4. Tik tok

5. Dim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