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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fire
씨피카(CIFIKA)
2024

by 정기엽

2025.01.02

씨피카의 2024년은 공동체로 정의할 수 있다. 원오트릭스 포인트 네버 내한 공연의 오프닝부터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 등 굵직한 무대마다 구축한 삼인사각 체제는 이 음반에 이어진다. RM, 김아일 등 여러 앨범에 참여한 프로듀서 낸시보이와 0m!n(영민)이라는 명의로 싱글 ‘Crocodile’을 발매한 바 있는 신예 싱어송라이터 우마카(Umaka)가 손을 모아 불씨를 피워낸 것. 기존의 도회적인 이미지를 벗고 자연의 살갗에 더 긴밀히 닿는 음악으로 변신했다.


구상부터 세 명이 함께한 본작은 전작 < ION >과 장르부터 다르다. 전자음이 가미된 록 음반으로 봐도 무리 없을 < Bonfire >는 동명이인 아티스트라고 인식할 만큼 다른 면을 발굴했다. 일렉트로닉 위를 거닐던 목소리가 포크, 슈게이징에도 이르니 말이다. 그만큼 사운드에 쏠려 가려졌던 보컬 역량을 힘차게 드러낸다. 그는 음악을 잘 만드는 뮤지션이기도 하지만, 노래를 잘하는 가수이기도 하다. 뛰어난 두 재능 사이 놓칠 수 있던 하나를 외부의 힘을 빌려 각인한다.


고유한 세 자아의 교집합이 펼친 도안은 음색 강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 음악가들이 그린 그림은 단순한 연결보다 잔뜩 섞여버린 용해에 가깝다. 초반에 위치한 ‘Little drama’는 세션과 보컬의 균등한 조화가 뛰어나고 ‘Babes in the wood’는 기타로 만든 독특한 음이 극적인 효과를 형성한다. 중반의 표제곡 ‘Bonfire’에서 연주뿐 아니라 합창을 덧대 선율의 상생을 찬미의 감각으로 치켜세운다.


퇴적을 거듭하여 땅을 일구듯 트랙 배치를 따라 들으면 음악이 담은 목가적 경치가 더 선명해진다. 그중 가장 초목 내음을 잘 담아낸 ‘Pebble’은 씨피카가 처음 선보이는 음악이기에 신선한 충격을 더한다. 본래 우마카가 만들어둔 곡에 가창만 맡아 해낸 재해석이 잔잔한 음색에 젖어들기 충분하게 만든다. 뒤이어 밴드 같은 결속력의 ‘Heart piece collector’로도 역시 디스코그래피 상 이례적인 엔딩에 도달하며 9년차 뮤지션에게 새로움을 안긴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정리도 맞들면 수월하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앨범은 합일(合一)로부터 탄생했다. 그간 우원재, 오혁, 크러쉬 등과 한 여러 콜라보가 주고받음의 영역이었다면, ‘함께’가 미덕으로 자라난 < Bonfire >는 다른 토양에서 새싹을 움튼다. 씨피카의 안목과 두 협업자가 이룬 유기성은 끈끈한 연대를 증명한다. 여섯 팔이 빚어낸 불씨는 체온과 닮은 따스한 온기로 음반 전체에 번진다.


-수록곡-

1. View

2. If I could be

3. Little drama [추천]

4. Hand in hand

5. Babes in the wood [추천]

6. Selena

7. Bonfire [추천]

8. Brush

9. Pebble [추천]

10. Heart piece collector [추천]

11. Totem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