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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Better Blues
신촌블루스
2024

by 신동규

2025.01.03

내년이면 데뷔 40주년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이 정도의 세월을 지나온 사실은 어떤 식으로든 가벼이 여길 수 없다. 만약 그것이 대한민국에서 블루스 밴드로서 일궈낸 성과라면 더욱이 칭송받을 행적이자 금자탑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신촌블루스는 머지않아 다가올 마흔 번째 생일을 일찍이 자축하며 먼지 쌓인 음악을 다시 한번 꺼내본다. 지난 삼십 주년 기념 앨범과 궤를 같이하나 음반의 부피를 줄이고 연주에서도 전반적으로 차분한 호흡을 가져가며 시간의 두께를 가로질러 얻어낸 풍미를 부각하는 데 열중한다.  


< More Better Blues >는 그간 모든 작품을 통틀어 엄인호의 보컬이 실리지 않은 유일한 음반이다. 기타의 성대를 빌려 묵묵히 지원할 뿐, 이조차도 블루스 밴드 최항석과 부기몬스터의 프론트맨 최항석, 신촌블루스의 세션 정재호와 양분하며 자신의 비중을 대폭 줄였다. 후배에게 조명을 양보하고자 한 발 물러선 그의 의도는 결성 이래 최장기간 함께하고 있는 보컬리스트 제니스와 강성희는 물론 1997년 베스트 앨범 < Lights >에 참여했던 강미희, 최근 방송된 < 싱어게인 3 >에 출연했던 임지수 등의 주목도에 힘을 싣는다.


모든 계획과 설정이 빛날 수 있는 까닭은 결국 탁월한 곡 선정에 있다. 정수는 단연 첫 트랙인 ‘바람인가’. 1985년 엄인호의 첫 번째 독집에 수록되어 삼 년 뒤 신촌블루스의 데뷔작에선 한영애의 목소리로, 이듬해 발매한 2집에선 엄인호와 김현식의 듀엣으로 실린 바 있는 그룹의 정체성이 담긴 음악이다. 넓은 음폭이 특징인 원곡과 달리 저음에 특화된 임지수의 가창은 수파문(水波紋)의 넘실거리는 여유를 그려냈고, 상기한 연주자들의 트윈 기타는 그 빛을 더한다. 이는 한영애의 대표곡 ‘루씰’의 재해석 본과 결을 가까이하며 오랜 기간 신촌블루스가 만들어 온 코리아 블루스 특유의 짙은 색채가 드러나는 지점이다.


임지수와 같은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던 강성희는 방송상에 집중된 철저한 고음 위주의 퍼포먼스에서 벗어나 중저음의 녹진한 그루브를 개진하며 두 곡을 맡았다. 그중 1980년에 발매한 윤시내의 블루스 넘버 ‘고목’을 가져와 엄인호가 주조한 판 위에서 살랑이는 자태는 원곡 가수를 포함해 한영애와 정서용의 정서를 이어내며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비록 예상된 범주 내 정해진 레퍼토리로 운용하는 리메이크 앨범의 한계점이 명확하지만, ‘골목길’이나 ‘아쉬움’과 같은 히트곡 없이 편곡과 실연의 힘만으로 익숙함과 신선함의 공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여전한 관록을 발견한다.


국내에서 ‘대중적인 블루스’를 한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과거에는 ‘블루스’에 방점을 찍어 희소성에 무게를 뒀다면 현재는 ‘대중적’인 성과에 집중할 시점이다. 신촌블루스는 미국의 정통 블루스를 무조건적으로 따르지 않고,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춰 개간에 성공한 선율로 승부해 온 적확한 예시다. 상업적 성공 가능성에 관한 섣부른 두려움과 이해도가 요구되는 장르적 특색이 장벽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 그러나 엄인호 스스로 본인의 작품 역사를 가요 블루스의 대성이라 칭했듯 쉽고 아름다운 가사와 다수가 좋아할 블루스 음악이 시장의 다양성을 위해서라도 절실한 오늘. 신촌블루스의 독보는 다시 한번 방향성을 일러준다.


-수록곡-

1. 바람인가 [추천]

2. Angie

3. 루씰 [추천]

4. 그대 없는 거리 [추천]

5. 고목 [추천]

6. L.A Blues

7. 당신이 떠난 뒤에도

신동규(momdk778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