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Imaginal Disk
막달레나 베이(Magdalena Bay)
2024

by 염동교

2025.01.18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영화적 소리 세계가 여기 있다. 손으로 만질 수 없고 눈으로 볼 수 없는 음파의 영역은 공상과학물 속 근미래와 몽환적인 판타지 월드를 구속없이 구현했다. 시간의 총합은 곧 장소의 총량이라는 양 과거 각종 소리 문법을 섞어 실재와 비실재의 형상을 자유로이 풀어내는 < Imaginal Disk >는 가능성과 전망의 음반이었던 데뷔작 < Mercurial World >을 넘어선 확증과 야망의 작품이다.


형식미가 눈에 들어온다. 큰 틀에서 전자음악이라고 총칭할 만하나 20세기 밴드 포맷의 양식과 유산을 적극 도입했다. 폴 데이비스나 데이비드 듀프리 풍 요트 록에 트렌디한 일렉트로니카를 결합한 ‘Killing time과 브라이언 이노의 앰비언트 흔적마저 드러난 ‘Vampire in the corner’, 슈게이즈와 프로그레시브 록을 두루 품은 ‘Tunnel vision’은 과거를 향한 거리낌 없는 도입이요 포용이다.


음향에 방점 찍힌 작품에도 높은 접근성과 호응도엔 멜로디가 있다. 디스코와 미래적 신스팝의 균형추를 맞춘 ‘Image’에서 미카 테넌바움의 간드러진 가창이 빛나고, 환각성을 강조한 ‘Death & romance’와 매튜 르윈의 일그러진 전자 기타로 무용담을 써 내려간 ‘That’s life’ 모두 편곡의 레이어를 걷어내면 또렷하고 단단한 선율 알맹이가 발견된다.


11번 트랙 ‘Feeling diskinserted?’이 암시하듯 앨범 아트 속 외계인의 동그란 디스켓 삽입으로 탄생한 서사의 주역 트루(True)는 디스크의 업그레이드 즉 세뇌와 조종을 거부한다. 이식까진 미처 막진 못했으나 더 이상의 억압을 거부한 채 자기 주도성과 주체성을 피력한다. 인공지능이 대변하는 미래의 컴퓨터음악과 과거 밴드음악이 치열하게 전투하는 듯한 구성의 소포모어 앨범은 곡 간 탁월한 유기성과 호흡으로 과거와 현재의 순환은 필수 불가결이라고 강변한다.


대중음악 황금기인 1970-80년대 요소를 끌어와 작금의 형태로 탈바꿈하는 건 보편적 작업 방식이나 막달레나 베이의 < Imaginal Disk >는 완성도에 있어 절륜하다. 직관과 이성으로 조각한 마법 같은 53분은 이방인과의 접속과 이탈이라는 콘셉트와 그에 걸맞은 시네마틱 사운드스케이프, 대중성과 예술성 섭렵으로 2024년 음악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연출했다.


-수록곡-

1. She looked like me!
2. Killing time [추천]
3. True blue interlude 
4. Image [추천]
5. Death & romance [추천]

6. Fear, sex
7. Vampire in the corner [추천]
8. Watching t.v.
9. Tunnel vision [추천]
10. Love is everywhere
11. Feeling diskinserted?
12. That’s my floor 
[추천]
13. Cry for me
14. Angel on a satellite
15. The ballad of Matt & Mica

염동교(ydk881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