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아파트에서는 영하 기온도 시원한 여름이다. 콘셉트를 이용해 재치 있게 비튼 계절감이 겨울에 맛보기 힘든 청량감을 채워줬다. 뒤틀린 건 절기만이 아니다. 시간적 배경 또한 과거로 향한다. 이웃처럼 정감 가는 목소리와 2000년대 홍대 인디 신이 연상되는 펑크를 담아 실현한 여행. 시대성이 담긴 음악은 그 시기를 공유한 이들에게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좌표를 찍은 듯 현재엔 찾기 어려운 특정 때와 지역을 떠올리게 하는 리듬이기에 반갑다.
일명 음악캠프 사건으로 대표되는 이미지가 이제야 허물어지고 “밴드 붐”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는 최근이다. 그중 펑크만큼 선입견이 묻어나는 장르도 드물지만 이들의 연주는 진입장벽을 허물고 적당히 신나고 언제든 듣기에 용이하다. 라이브를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인디펜던트 음악의 명맥을 펭귄 아파트의 방식으로 잇고 있다. 끊긴 그 시절 향수와 그리움의 갈증을 해소할 소규모 밴드의 탄생이 흐뭇한 이유다.
표현하는 모든 것이 직관적이다. 구호로 시작하는 ‘폭염 Alert!’만 보더라도 알기 쉽다. 제목의 단어 선택, 느낌표부터 드러난 온도가 듣는 순간 그대로 펼쳐진다. 정류장을 말할 때 넣은 클락션 소리 하며 곡 전반의 속력을 컨트롤하는 바로미터로 쓰이는 보컬까지. 스테레오로 좌우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기타와 육성은 얼음 깨물듯 상큼하고, 내달리는 후반부는 파도타기처럼 흥겨움에 집중하게 한다.
넘버 걸, 아트 스쿨 등의 밴드가 떠오르는 포스트 하드코어 계열의 J록과 국내 인디 록을 적절히 배합했다. 전자를 연주에서 확인할 수 있다면 후자는 단연코 보컬에서 묻어난다. 아마추어리즘의 발현이 친근한 매력을 구가하며 빼어난 가창력은 아니더라도 자꾸 돌아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베이스가 묵직하게 잡아주는 아래로 악기들이 퍼지는 ‘Parallel serenata’와 ‘Wavelace’에서 목소리를 한껏 느끼기 좋다. 굳이 가사를 확인하지 않더라도 파도치는 정서는 나지막한 발성에서 기인한다.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린 작품은 보다 현실적이고 밀도 높다. 두꺼운 직각 안경테와 열화된 화질이 빈티지라는 이명 아래 새롭게 부활한 시점에 흉내와 자연은 다르다는 걸 이 음반으로 재확인한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생존해 온 이들이 음악으로 재현한 시대상은 남다른 해상도를 갖춰 20년을 거슬러 올라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뛰어난 기술의 화백보다 길거리 묘사가 더 와닿을 때도 있는 법. 청춘을 직부감으로 담아낸 기록, 청록(靑錄)색 친근하고 생생한 기록이 캔버스에 담겨 선명하게 일렁인다.
-수록곡-
1. Intro
2. Wavelace [추천]
3. 폭염 Alert! [추천]
4. 3
5. Parallel serenata [추천]
6. 20230716
7. 물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