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니의 보컬은 음색으로 보나 위치로 보나 독보적이다. 독특한 목소리로 (여자)아이들의 콘셉트를 극대화한 ‘Lion’, ‘Nxde’ 등 여러 곡에서 출중한 일원으로 활약했고, K팝 최초로 순수 외국인 메인 보컬로 자리매김했다. 첫 솔로 앨범은 두 측면에 개인적인 추구까지 삼파전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매력적인 음역대를 여실히 보여주는 곡도 담겨 있고, 피쳐링으로 기용한 우기와 텐 또한 한국인이 없는 K팝에 일조하며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구현하고자 한 많은 자아의 실현이 팽팽한 조화를 이뤘다.
뮤직비디오에서의 1인 3역 역시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 무대로 쓰인 타이틀 ‘Her’은 너무 폭넓은 시선을 고려한 탓인지 다소 무난한 결과다. ‘퀸카(Queencard)’에 민니 특색 한 스푼 정도로, 처음 보는 신선함보다 익숙한 맛이 풍긴다. 데뷔 초 인터뷰에서 언급한 그룹의 타이틀을 작곡해 보고 싶다는 꿈의 초석인 듯, 혼자서 재현한 (여자)아이들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다른 수록곡이 지닌 어두운 컬러와 동떨어진 팝 문법적 밝음은 흐름상으로도 깔끔하지 못하다.
독창성이 극대화된 부분은 오히려 선공개한 ‘Blind eyes red’다. 특유의 몽환적인 마력은 고혹의 영역까지 다다른다. 기계음에 젖어 든 그의 비언어가 중독성을 더하며 한껏 홀린다. 유려하게 이끄는 보컬이 저절로 달빛 아래를 연상케 하는 이 마성은 ‘Cherry sky’에도 이어진다. 코러스와 엉킨 목소리가 흡인력을 발휘해 듣는 이를 자신의 세상에 가둔다. 환상을 자아내는 음색과 다층적인 사운드가 어둠의 다양한 결을 그려낸다. 민니가 표현하는 어둠은 결코 단조롭지 않다.
팀에서 솔로를 발표하는 네 번째 멤버인 만큼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본인의 그릇에 담았다. ‘Valentine’s dream’과 ‘익숙해’는 미연의 앨범 < My >와 서정적인 알앤비로 동일한 궤도를 공유하며, 록을 가미한 곡들로 개인 활동을 펼친 우기와는 아예 한 곡에서 함께한다. 우기의 곡 ‘Everytime’에서도 둘의 조합을 볼 수 있지만 잔잔한 이전과 달리 ‘Drive me crazy’는 역동적이다. 특히 여기서 고음, 저음을 넘나들며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처럼 통통 튀는 본능과 이들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실험실이 이제야 문을 열었다. 팀의 뮤즈가 아닌 독립된 음악을 위한 연구는 앞으로 지속해야 할 과제다. 아무런 베이스 없는 미지에서의 발굴이란 참 어렵고, 기존 커리어 속에서 원석을 가공해 부피를 키운 건 좋은 파훼법이었다. 타이틀이 조금 더 민니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이었다면 싶은 아쉬움을 제외하곤 괜찮은 스타트다. 그가 무기로 갖춘 퇴폐적인 목소리를 활용한 다른 곡이 히든카드로 존재하니, 만회할 장치마저 마련했다. (여자)아이들부터 줄곧 민니와 작곡 합을 맞춘 프로듀서들과 맞춤형으로 만든 덕분에 목소리에 딱 들어맞는 일곱 곡이 탄생했다. 이름을 내건 첫 실험 보고서 위에 청중이 매길 점수는 합격점일 만하다.
-수록곡-
1. Blind eyes red [추천]
2. Her
3. Drive me crazy (Feat. YUQI of (여자)아이들) [추천]
4. Cherry sky [추천]
5. Valentine’s dream
6. 익숙해
7. Obsession (Feat. TEN of Way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