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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loonerism
맥 밀러(Mac Miller)
2025

by 박승민

2025.02.09

2025년 1월 17일, 전 세계 하늘에 맥 밀러의 얼굴을 한 풍선이 떠올랐다. < Circles > 발매 5주년이자 그의 생일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약물이라는 줄에 매여 자유롭지 못하다는, 혹은 약물에 의해서만 창공을 유영할 수 있다는 심정을 내포한 < Balloonerism >은 그렇게 오랜 겨울잠을 마치고 세상에 나왔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과 동료들은 아티스트의 생전 의도를 그대로 반영해 약간의 손질만을 거쳤다. 근래 힙합 신에서 범람하는 무성의한 사후 미발매곡 쥐어짜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움직임이다.


< Balloonerism >은 맥 밀러의 중독이 극단으로 치달았던 2014년 초 녹음되었다. 허나 동일한 시기의 프로젝트인 < Watching Movies With The Sound Off >, < Faces >와 다르게 앱스트랙트 힙합 기반의 실험적 시도나 믹스테이프의 형식을 차용한 공격적 랩 없이 그저 침잠할 뿐이다. 앨범 전반에서 그는 미래를 예견한 듯 읊조리는 래핑으로 내면의 이야기를 되뇐다. 다만 마냥 슬픔과 불안으로만 일관하지 않고 차츰 내비치는 희망의 편린이 아프게 폐부를 찌른다.


첫 정규작 < Blue Slide Park >에 매서운 혹평이 쏟아지자 한때의 슈퍼 루키는 잘못된 수단에 매달려야만 했다. ‘코카인은 무자비해’라 증언하는 시저의 피처링, ‘왜 영웅주의(heroism)는 헤로인(heroin)과 가까운 걸까?’ 등 약물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가사에서 여느 트랩, 이모 래퍼와 다른 자조적 시선이 엿보인다. 멈춰야 하지만 통제권을 잃게 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명을 찾아 나아가고자 했던 분투가 작품에 오롯이 깃들었다. 래리 피셔맨(Larry Fisherman)이라는 이명으로 셀프 프로듀싱한 재즈 힙합 '5 dollar pony rides'는 < K.I.D.S. > 시절을 연상케 하는 밝은 색채로 어둠 사이 가는 빛을 비춘다.


유년기를 지나 순수함을 잃은 청년은 전날을 회고하기에 이른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목소리로 < 해리 포터 > 시리즈 속 주문을 외치는 'Excelsior', 실없는 농담에 릭 루빈의 조력으로 중독을 이겨내려는 의지를 담은 'Rick's piano'는 단출한 악기 구성으로 중반부의 환각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켠다. 같은 흐름 안에서 키보드, 드럼과 썬더캣의 베이스만으로 높은 감정의 파도를 불러일으키는 ‘Funny papers'의 울림은 단연 깊고 무겁다. 피치 업 보이스로 내려앉은 분위기를 돌연 흩뜨린 ‘Transformations’조차 얼터 이고인 딜루저널 토마스를 빌려 혼란스러운 의식을 드러냈다는 의미를 지닌다.


모든 요소를 집약한 엔딩 ‘Tomorrow will never know'는 스스로를 위해 작곡한 장송곡과도 같다. 뒤편에서 아득히 이어지는 연결음과 삶에 대한 물음, 닿지 못한 채 끊어져 버린 전화까지 과거 데모 버전에도 존재하였던 장치지만 그가 떠난 현재 사무치는 여운을 남긴다. 오래전 이미 완성해 두었던 음반이 < Circles >와 동일 선상에 놓인 것처럼 다가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일은 절대 알 수 없어‘라는 제목과 아웃트로의 희망적 메시지가 끝을 알린다는 아이러니. 우리는 이를 통해 비로소 그의 작별 인사를 받아들인다.


어떤 이야기는 결말을 알고 있기에 더욱 애달프다. < Balloonerism > 작업 당시 맥 밀러의 심리 상태와 이후 수년간 마약에서 벗어나려 분투했지만 결국 스러져버렸을 때의 그것이 너무나도 닮아서 한층 그렇다. < Swimming >보다도 죽음에 가까이 도달한 시점 그가 도움을 요청하며 던졌던 동아줄은 이제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게 되었다. 어느덧 7주기를 맞이하는 올해, 여전히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음악으로 구원받는 모습을 저 하늘 어딘가에서 지켜보기를 바라며.


-수록곡- 

1. Tambourine dream

2. DJ’s chord organ (Feat. SZA) [추천]

3. Do you have a destination?

4. 5 dollar pony rides [추천]

5. Friendly hallucinations

6. Mrs. Deborah Downer

7. Stoned [추천]

8. Shangri-La

9. Funny papers [추천]

10. Excelsior [추천]

11. Transformations (Feat. Delusional Thomas)

12. Manakins

13. Rick’s piano [추천]

14. Tomorrow will never know [추천]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