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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
예지
2025

by 한성현

2025.03.24

지금 K팝은 디바의 가뭄이다. 걸그룹의 안무 합이야 나날이 정교해지고 있지만 솔로 댄스 가수 신은 확연히 죽은 게 현실이다. 있지 내에서도, 아이돌 시장 전반에서도 만만치 않은 댄서 캐릭터를 보유한 예지의 첫 EP < Air >에는 두 목표가 감지된다. 난항을 겪는 그룹의 숨을 돌리고 잠잠한 솔로 퍼포머 영역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는 것.

타이틀곡 ‘Air’는 절충안이다. 딥 하우스 스타일의 베이스를 부각하는 빌드업까지는 전형적인 댄스 튠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후렴에서 난데없이 신스팝의 레이어를 얹는다. 약간은 당혹스러운 반전, 마냥 나쁘지는 않다. 만약 비틀기 없이 그대로 갔다면 클럽과 댄스 플로어 친화 음악으로 정체성을 각인한 청하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했을 테다. 야속하긴 해도 JYP 사풍(社風)인 레트로의 투입이 이번에는 다행히 겹침을 막는 수로 작용했다.

각개전투식 구성으로 실루엣을 그렸으나 당연히 아직은 형태를 만들어가는 단계다. 특별한 포인트 없이 평이한 ‘Invasion’은 가수와의 마땅한 접점을 찾기는 어렵고, ‘Can’t slow me, no’는 라틴 리듬이 흥미로우나 완전한 장악력 입증보다는 가동 범위 확인에 가깝다. 대신 민첩한 박자에 밀리지 않으며 개성 있는 음색을 강조한 ‘258’이 말미에서 가능성을 틔운다. 타 가수의 선례와 레이블 색을 떼어 놓고도 솔로 가수로서의 그를 구체화하는 곡이다.

예지의 홀로서기는 미쓰에이의 간판 멤버 수지와 트와이스의 핵심 보컬리스트 나연, 지효의 경우처럼 간편할 수 없다. 있지 퍼포먼스의 중심축을 지킨 것과 별개로 음악 내에서 명확한 포지션을 부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 Air >에서도 그는 백지상태다. 그렇지만 걷어내야 할 사항에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덧셈만을 바라봐도 된다는 사실은 분명한 이점이다. 팀의 이미지와 분리되면서도 탄탄한 기초 역량을 드러낸 그는 지금 좋은 출발선에 섰다.

-수록곡-
1. Air [추천]
2. Invasion
3. Can’t slow me, no
4. 258 [추천]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