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크스는 활동 이력에 비해 유명한 밴드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국내에서도 그렇지만 본토에서도 마찬가지로, 출생지인 미국보다 영국에서 인지도를 얻고 차츰 성장했다. 셀프 타이틀 데뷔작 발매 6년 후에 낸 앨범 제목이 < Introducing Sparks >인 것이 턱없이 부족했던 파이를 대변한다. 그럼에도 엄연히 팝 음악의 변두리에서 독창적인 파괴력을 펼치며 펫 샵 보이즈, 장기하와 얼굴들 등 많은 팀에 영향을 미쳤다. 대중음악의 머리는 못 되었으나 번들거리는 꼬리로 기록된 사례다.
무려 스물여덟 번째 앨범이라는 대장정과 1945, 1948년생인 형제의 나이를 도저히 실감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100세를 향해 가는 기대 수명이 이들에게만 두 배로 주어진 걸까, 황혼을 잊은 늙지 않은 소리가 가득하다. 전작이 그러했듯 아트 록과 신시사이저를 핵심으로 둔 사운드스케이프를 형성했다. 공장처럼 쉼 없이 작곡을 이어온 이들의 발전기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이번 시동은 귀를 잡아끄는 멜로디보다는 더 안정적인 질감, 균형 확보를 목표로 향한다.
타이틀이 < Mad! >니 어수선한 착란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오히려 정돈되어 있다. 부드러운 몽롱함이 빼곡한 ‘In daylight’, 휘파람과 보컬 멜로디가 아름다운 ‘My devotion’, 힘찬 행진의 발돋움을 돕는 ‘A little bit of light banter’ 등이 중심축인 중후반은 광기와는 거리가 멀다. 듣는 사람들이 기억하고, 음반 주제로부터 연상케 할 사나운 진폭은 초반 트랙에 편중됐다. 드럼, 기타 리프로 시종일관 타격감에 집중한 ‘Hit me, baby’는 그중에서도 극적인 전개와 몰입을 뚜렷하게 잘 보여준다.
이 모든 과정이 생생한 각운을 주지만 크게 돋보이는 건 역시 집념의 발현이다. 서두부터 의지를 강하게 다진 ‘Do things my own way’는 메인 테마에 걸맞다. 몰아치는 기타 리프와 추가되는 편곡과 전하는 메시지 모두 스파크스답다. 이전 앨범인 < The Girl Is Crying In Her Latte >가 타이틀보다 수록곡이 견고했던 바와는 다른 전개. 첫 곡부터 지난 50년 이상의 궤적을 적확히 함축해 냈다.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방식대로 간다.’ 음악은 이런 뜻을 가장 선명히 전달할 수 있는 매개이자 장일 테다.
두 형제가 걸어온 길에 비하면 ‘미친’ 수준은 아니다. 정신 나간 실험성은 1980년대에 발표했던 < Gratuitous Sax & Senseless Violins >나 2000년대의 < Lil’ Beethoven >에 더 어울리는 표현이다. 이 앨범이 스파크스의 커리어에 오래 남을 거란 확신도 어렵다. 하지만 그 어느 70, 80대가 이렇게 놀랍도록 젊은 에너지를 발휘해 창작을 할 수 있겠나. 마블 시리즈 영화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I can do this all day.” 이들은 현실에서 실천하는 중이다.
-수록곡-
1. Do things my own way [추천]
2. JanSport Backpack
3. Hit me, baby [추천]
4. Running up a tab at the hotel for the fab
5. My devotion [추천]
6. Don’t dog it
7. In daylight [추천]
8. I-405 rules
9. A long red light
10. Drowned in a sea of tears
11. A little bit of light banter [추천]
12. Lord have me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