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주할 때는 조금 당황스러우나 이내 쾌락으로 젖어든다. 스웨덴의 포스트 펑크 밴드 비아그라 보이즈는 그 이름만큼 도발적이다. 2000년대의 하이브스(The Hives)가 연상되는 가볍고도 과격한 에너지에 2020년대의 사회적 병폐를 꼬집는 가사가 더해진다. 대체로 멍청하고 우습고 기괴해 보이는 그들의 음악은 대체로 혼란스러운 현재의 시대상과 묘하게 닮아 있다. 그렇기에 깨어 있는 바보 혹은 고전적인 광대의 이야기처럼 풍자적이고 우화적이다.
< Viagr Aboys >는 이전과 달리 특정 시사 영역을 집중적으로 겨냥하지 않는다. 큐어넌(QAnon)으로 대표되는 팬데믹 시대의 음모론자들에게 조소를 보낸 전작 < Cave World >이후 정치적인 메시지가 우선이 되는 것을 스스로 경계한 모습이다. 그러나 현시대의 스냅샷들은 여전히 그들이 갖고 놀기 좋은 샌드백이자 펑크의 동력원이며 혼란스러운 내면을 파헤치기 위한 도구로써 기능한다. 이에 그들은 일정 부분 거리를 둔 채 관찰자적 시점으로 세상을 구경하지만, 그 시선의 주체는 주정뱅이처럼 어지럽고 기이하며 때때로 우울하다.
첫 트랙 'Man made of meat'부터 그 성격은 확실하다. 물질주의에 찌든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나태, 식욕, 색욕 등을 자학적으로 들춰낸 가사는 지독하게 유머러스하다. 디스토션을 입은 기타 사운드와 선명한 드럼 비트, 트림과 신음이 섞인 괴상한 보컬은 각기 다른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절묘하게 조화롭다. 그들의 음악이 단순히 자극적인 접근법을 넘어 입체적인 구성과 펑크의 즐거움까지 확보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오프닝이다.
수록곡들은 대체로 침잠된 톤을 유지하지만, 다양한 댄스 리듬을 촘촘하게 배치해 우울감을 상쇄하고 어색한 빈틈을 내주지 않는다. 수술을 받고 마취가 풀린 개의 관점에서 서술하는 음산한 'Uno II', 몽환적인 무기력감이 감도는 'Pyramind of health', 불결한 매력을 품은 디스코 'Dirty boyz', 그로테스크한 익스피리멘탈 힙합 'Store policy' 등 여러 곡이 저마다 다른 개성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지만, 전체적으로는 광적인 댄스 펑크의 커다란 줄기에서 절대 이탈하지 않는다.
세바스찬 머피의 보컬은 시종일관 낮은 읊조림과 격한 외침 사이를 오가며 응축과 폭발의 지점을 세심하게 조절한다. 그렇기에 발산하지 않고 차분하게 노래하는 'Medicine for heroes'는 다른 곡들과는 달리, 예측 가능한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의외성 자체가 매력적이다. 작품 내 완급 조절 역할로도 훌륭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에 담담한 어조로 섬뜩한 가사를 뱉으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핵심 트랙이기도 하다. 마지막 트랙 'River king' 또한 비슷한 전략으로, 예상치 못한 소박한 피아노 발라드에 식당 소음과 불안정한 보컬이 섞인 독특한 부조화를 통해 여운을 남긴다.
셀프타이틀인 듯 아닌 듯 비틀린 이름의 < Viagr Aboys >는 그들의 기존 성향과는 다른 결인 듯 하나, 철저하게 본인들만의 아이덴티티로 빚은 작품이다. 자칫 사운드와 주제의식 모두 흐릿해질 위험이 있었음에도 과감하게 이전 모습과 거리를 두면서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 결과, 비아그라 보이즈는 현학적인 정치가도, 교조적인 선동가도 아닌, 미쳐 돌아가는 세상이 주는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그 안에서 기이한 즐거움을 찾아내는 현대적인 광대로서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확립했다.
-수록곡-
1. Man made of meat [추천]
2. The Bog Body
3. Uno II
4. Pyramid of health [추천]
5. Dirty boyz [추천]
6. Medicine for horses [추천]
7. Waterboy
8. Store policy
9. You n33d me
10. Best in show pt.IV
11. River 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