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이 비정기적으로 미처 리뷰하지 못했던 작품을 되짚어봅니다. 이번 리뷰는 이즘에서 '2018 올해의 팝 앨범'으로 선정한 어겐스트 올 로직의 < 2012-2017 >입니다.
일렉트로닉은 대중음악에서 거대한 입지를 품었다. 작년 돌풍에 가깝던 찰리 XCX의 < Brat > 또한 엄연히 전자음악의 소산이었고, 에스파의 2024 히트곡 ‘Whiplash’ 역시 하우스 기조의 폭발력을 지녔지 않는가. 이러한 리듬에 매력을 느껴 더 심층적으로 파고들면 어김없이 니콜라스 자(Nicolas Jaar)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듀오인 다크사이드로도, 솔로로도 앰비언트, 댄스 튠 등을 독자적인 사운드로 총망라한 그의 이명(異名) 어겐스트 올 로직은 이명(耳鳴)이 오지 않을 정도의 춤 추기 좋은 소리를 기틀로 삼는다.
쉽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생각은 샘플링에 뒤따르는 흔한 오해다. 다년간 축적한 디깅의 깊이가 인용의 무게감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오마주는 꽤 어려운 작업이다. 1960년대부터 2013년 칸예 웨스트 < Yeezus >까지 차용한 그의 폭넓은 듣는 귀가 재창조해낸 다각화는 정형을 파괴하면서도 익숙함은 유지한다. 마치 조각상을 만들듯 섬세한 손길로 거침없는 망치질을 이어가는 것이다. ‘I am a God’과 로스트 제네레이션(The Lost Generation)의 1972년 곡 ‘Talking the teenage language’를 섞은 와중에 자신의 질감을 투영한 ‘Such a bad way’는 니콜라스의 치밀한 정신이 낳은 작업의 결과다.
음악에 깊은 애정을 가진 이들이라면 어디선가 들어봤을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반짝인다. 마이크 제임스 커클랜드(Mike James Kirkland)의 ‘Doin’ it right’과 ‘Love insurance’를 샘플링하며 앨범의 주 메시지를 던지는 ‘This old house is all I have’도 좋은 예시다. 조지 산타나(Jorge Santana)의 1979년 곡 ‘Ain’t no’의 보컬 피치를 올린 ‘Know you’는 차를 타고 니콜라스 자의 출생지인 뉴욕을 활보하는 상상을 부풀리고, ‘Cityfade’는 부드러운 리프와 드럼 변주 등을 통해 앨범의 백미로 자리한다. 론리 아일랜드(The Lonely Island)와 릴 웨인도 쓴 적 있는 드라마틱스(The Dramatics)의 ‘Now you got me loving you’를 비튼 ‘Now u got me hooked’도 마성을 잇기 충분하다.
한 시간이 넘는 열한 곡 사이, 새벽의 활력과 첫차를 기다리는 몽롱함이 모두 담겼다. 7분, 10분에 달하는 후반부를 듣자면 멈추지 않는 파티를 등지고 이미 다 놀고 지친 몸을 간수해야만 할 것 같다. 헤드폰을 착용하고 5년간의 족적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클럽에 온듯한 몰입을 느끼게 하는 이 전자음악가의 능력이란, 니콜라스 자는 이처럼 전자음악을 통해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법을 알고 있다. 멀티 페르소나로 내세운 뜻, 자신이 지은 ‘모든 체계에 반’하는 우직함으로 청중을 자신의 음반에 열중하게 만든다.
-수록곡-
1. This old house is all I have [추천]
2. I never dream [추천]
3. Some kind of game
4. Hopeless
5. Know you [추천]
6. Such a bad way [추천]
7. Cityfade [추천]
8. Now u got me hooked [추천]
9. Flash in the pan
10. You are going to love me and scream
11. Rave on 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