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이 비정기적으로 미처 리뷰하지 못했던 작품을 되짚어봅니다. 이번 리뷰는 이즘에서 '2021 올해의 팝 앨범'으로 선정한 도자 캣의 < Planet Her >입니다.
젖소 분장을 하고 그린스크린 앞에 섰던 인터넷 스타에게 ‘Say so’는 빌보드 정상을 누비는 메인스트림 래퍼 승격이라는 선물을 안겼다. 팬데믹 시기 여러 곡이 순차적으로 틱톡 바이럴 히트의 수혜를 입으며 2019년 발매한 두 번째 정규작 < Hot Pink >가 뒤늦게 상승세를 겪었고, 자연스레 도자 캣의 차기 앨범은 블록버스터 컴백이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승승장구였다.
리드 싱글 ‘Kiss me more’는 핑크빛 기류를 원만하게 연장하며 파트너 시저와의 달콤한 코러스로 빌보드 Hot 100 차트 3위에 안착,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니키 미나즈 이후 조용했던 팝 래퍼 신의 후계자가 등장하는 순간이었다. ‘You right’, ‘Need to know’, ‘Woman’ 등 탄탄한 랩에 겸비한 매끄러운 후렴이 라디오를 하나둘씩 정복했고, 앨범 활동 기간이 대폭 줄어든 스트리밍 시대였음에도 도자 캣은 이듬해 ‘Get into it (yuh)’까지 싱글로 발매하며 캠페인을 길게 이어갔다.
‘You right’의 위켄드와 영 떠그, 아리아나 그란데, JID 등 화려한 게스트 명단에도 < Planet Her >에서 가장 부각되는 존재는 철저히 주인공 도자 캣이다. 익살스러운 톤으로 개성적 캐릭터를 드러낸 ‘Get into it (yuh)’과 허스키한 음색의 ‘Need to know’, 살랑대는 알앤비 보컬 ‘Ain’t shit’ 등 솔로 트랙에 더 많이 가해진 주목이 이를 입증한다. 그의 장악력을 수식하기에는 스스로를 행성으로 지칭한 콘셉트도 과장이 아니었다.
< Plane Her >의 최대 성과는 온 우주의 트렌드를 발빠르게 모아 전방위로 파장을 발사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시장 흐름 파악에 민감한 K팝에 그 영향력은 더욱 막대했다. ‘Say so’를 이은 ‘Kiss me more’의 버블검 팝을 흡수한 결과로 태연의 ‘Weekend’와 피프티피프티의 ‘Cupid’가 나타났고, 장르 유행 초기에 ‘Woman’이 채택한 아프로비츠 리듬은 르세라핌의 ‘Smart’ 등으로 유입되었다. 2010년대 중후반 트로피컬 하우스 열풍을 일으켰던 저스틴 비버의 < Purpose >에 버금가는 2020년대 초중반 K팝의 바이블이다.
랩과 보컬을 두루 뽐내는 하드웨어, SF 비주얼로 화려하게 장식한 대규모 뮤직비디오, 그리고 인터넷과의 긴밀한 접점으로 밈(meme)이 될 요소까지 파악하며 도자 캣은 새 시대 스타로 올라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악마 스칼렛(Scarlet)의 자아를 소환하며 지난 커리어를 ‘돈벌이용으로 만든 팝’이라 폄하했을 때 그가 겪은 역풍은 곧 < Planet Her >가 꽤나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기도 하다. 2020년대 팝과 여성 래퍼의 판도를 논할 때 빠져서는 안될 앨범이다.
-수록곡-
1. Woman [추천]
2. Naked
3. Payday (Feat. Young Thug)
4. Get into it (yuh) [추천]
5. Need to know [추천]
6. I don’t do drugs (Feat. Ariana Grande)
7. Love to dream
8. You right (With The Weeknd)
9. Been like this
10. Options (Feat. JID)
11. Ain’t shit [추천]
12. Imagine
13. Alone
14. Kiss me more (With SZA)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