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가 알리는 것이 그룹의 새 시작이 아니라 < Emotion > 앨범 발매 10주년이었던가. 기존 소속사와의 계약 만료 후 5인조로 나선 프로미스나인의 신곡 ‘Like you better’는 2015년 칼리 래 젭슨의 ‘I really like you’를 정말이지 그대로 가져왔다. 속도감 있는 드럼 머신, 높게 뻗은 후 하강하다 말하듯이 끝나는 후렴, 살짝 숨을 멈추다가 터지는 브릿지까지 주요 포인트가 아주 구석구석 잘 배어있다. 심지어는 핵심 단어도 똑같이 ‘like’다. 기술적으로 표절에 걸리지 않을 수는 있어도 아는 사람은 곧바로 알아챌 원본이다.
10년 전 신스팝 르네상스의 정점이자 컬트 명작이 된 음악을 모델로 삼았으니 표면적으로는 좋게 들릴 수 있다. 핫한 해외 곡을 빠르게 복사한 대부분의 사례보다는 처지가 살짝 낫지만 직접 대조 시 일치율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저음질로 노래를 잠깐 들려줬다가 테이프를 교체하는 도입부도 < Emotion: Side B >의 ‘First time’에서 힌트를 얻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팝 옹호론자들의 주요 레퍼토리인 ’장르적 유사성‘으로 커버하기엔 패러디의 방식이 너무나도 뻔뻔하다. 참고 대상을 여럿 살피기조차 귀찮았거나, 혹은 작곡가가 칼리 래 젭슨의 열혈 팬이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