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보랏빛이 옅어졌다. 색상에서 비롯된 신비로운 정체성은 통통 튀는 플럭 사운드에 모아 노래 곳곳에 남겼고, ‘Bbb’와 ‘On my bike’로 이은 강렬한 인상은 흔적도 없이 숨겼다. 대신 가져온 중심 소재는 하얀 건반. 아름다운 ‘도레미’의 화음이 주문처럼 퍼지며 복잡하지 않은 멜로디 위에선 맑은 음색이 도드라진다. 새롭게 완성된 그림에 아련함이 가득하다.
한 번쯤 힘을 뺄 타이밍이었다. 반복되는 스타일은 개성으로 비치다가도 때론 형식이 되어 스스로를 옭아맨다. 그 시점이 다가올 즈음 시도한 정반대의 음악은 조금 낯설어도 탄탄한 보컬과 누적된 콘셉트 소화력 덕분에 이질적이지 않다. 언젠가 겪어야 할 과정이라면 이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관건. 퍼플키스는 ‘Doremi’로 똑똑하게 여백을 챙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