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 소코도모의 지구 정착기다. 우주 이상 차원을 넘나드는 실험적 사운드와 장르 혼합으로 생소한 신선함을 보여줬던 이전과 달리 이번 EP는 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친근함을 꾀하고 있다. 캐릭터를 갈아엎으며 노골적으로 대중성을 노리지는 않는다.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적인 독법은 그대로 품은 채 한층 가까워진 인간 ‘소코도모’의 또 다른 작법을 선보인다.
트랙 구성에서 신중했던 고뇌가 느껴진다. < Sweet Heart >에서의 배치가 사운드의 연쇄 작용이 주는 표현과 예측 불가한 반전을 극대화했다면 < Dream Boy >는 감상의 다양함에 중점을 뒀다. 타이틀 ‘순식간에’로 여는 전반 3곡은 펑키(Funky)한 전자음악 기반의 하우스로 2000년대 후반을 계승한 수준의 묘사를 통해 아티스트의 취향과 장르에 대한 감각을 드러낸다. 조미유처럼 곁들인 크러쉬와 기리보이 역시 주인공의 에너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초반 하우스 3연타에 이국적인 리듬과 다양한 구성의 시도로 확장 이상의 반전이 후반부에 집중되었다. 피아노가 리드하는 ‘34-24-35’와 우주에 떨어진 듯한 ‘단꿈’의 신시사이저 등 분위기 변화를 통해 장르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빽빽한 밀도를 완화하며 피로감을 줄인다. 캐치한 후렴으로 계절감을 겨냥한 ‘Walkie talkie’와 ‘Sunday wave’는 높아 보였던 진입장벽까지 낮췄다. 캐릭터의 독특함은 그대로 가져가되 생경함에 압도되지 않기 위한 덜어냄이 높인 팝적 역량이다.
덕일까 탓일까. 레이블 스탠다드 프렌즈의 영향으로 명분과도 같던 뚜렷한 캐릭터를 내려놓았지만 그에 준하는 접근법이 명확하지 않아 방향성은 희미하다. 직설적이면서 재치 있는 가사 역시 신선하다기엔 지난 수록곡 ‘I love you’나 ‘Want love?’의 표현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구체적인 공감을 그린 기리보이, 슬롬의 세련된 절제미, 자이언티 특유의 감성 소화 등 동료들의 확고한 색깔 사이 콘셉트를 걷어낸 소코도모가 확보한 지점은 범용 가능한 개성 정도다.
경쟁력은 이미 증명되었다. 스핀오프인지 프롤로그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장르 차용과 접근성을 높이려는 의도 역시 분명히 전달된다. 이미지의 균열 없이도 확보한 정체성은 이제 추상을 넘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현실의 영역까지 뻗어있다. 멀리 보다 넓게 보려는 앨범. 꽤 오랜 기간 아이코닉함만을 가리키던 바늘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수록곡-
1. 순식간에 (Feat. Crush) [추천]
2. 신기루 (Feat. 이윤정) [추천]
3. Lie lie (Feat. 기리보이)
4. Walkie talkie
5. 34-24-35 (Feat. Street Baby)
6. 단꿈 [추천]
7. Sunday wave (Feat. Loco, Va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