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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민족
추다혜차지스
2025

by 박수석

2025.09.15

벌겋게 달아오른 굿판에 서슬 퍼런 날이 춤을 춘다. 1집 <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로 ‘코리안 펑키(Funky) 샤머니즘 뮤직’이라는 미지의 영역을 제시한 이들이 5년 만에 신(神)칼을 꺼내 들었다. 다시 한번 주제는 무당의 노래 무가. 민간으로 전승되며 생긴 비정형성과 개척자들의 창작력이 만나니 여전히 뜨거운 불길이 휘몰아친다. 그 열기로 벼린 < 소수민족 >은 구경꾼의 넋을 빼놓기 충분하다.


전반적인 밑그림은 악사들이 그린다. 기타에 이시문, 베이스에 김재호, 드럼에 김다민, 세 명이 몸담거나 거친 곳들을 모아보면 윈디시티, 까데호, 김오키 뻐킹매드니스 등으로 기력은 이미 검증된 셈이다. 나열한 팀명에서 드러나듯 레게, 펑크, 사이키델릭을 기반으로 옛것에 세련된 질감을 덧입히는 솜씨가 남다르다. 특히 이번에는 진득한 박자감이 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나긋하게 속삭이는 ‘담불’이든 금관 악기로 축제를 벌이는 ‘너도먹고 물러가라’든 반복되는 장단이 몽롱한 주술 속으로 혼을 끌어들인다.


변칙이 신선함을 더하는 중에도 큰 틀은 본류를 따른다. ‘작두’에 올라 신을 청하고 ‘좋다 잘한다 좋다’를 연신 외치며 흥을 올리다가 ‘너도먹고 물러가라’며 잡신까지 배부르게 돌려보내는 과정은 원전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단단한 중심을 축으로 살을 붙여나가니 다양한 변형을 가해도 난잡해지지 않는다. 전국 팔도에 흩어져 있는 우리의 소리를 발로 뛰며 채집한 노력이 빛을 발했다.


의식이 시작하면 하늘의 언어를 전달하는 영매의 입으로 시선이 모인다. 자칭 ‘가짜’ 무당이라는 그의 주장이 무색하게 추다혜의 목소리는 신이 지핀 듯 반주 위를 노닌다. 잡귀를 쫓는 제주 푸다시와 힙합이 만난 ‘허쎄’에서는 대장군처럼 호통치는가 하면 익살스러운 추임새로 시작하는 ‘부귀덩덩’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게 흥얼거린다. 연주진과 호흡을 맞추는 균형감각도 절묘하다. 전통적인 꾸밈 표현으로 곡조를 꺾고 떨지만 현대적 연주 속에서도 위화감은 전혀 없다. 신통한 소리꾼의 경지다.


전례 없는 장르의 발견은 단발성 행운이 아니었다. 근간에는 무속에 대한 이해와 존중, 그리고 인간의 고통을 덜어주는 본질에 대한 통찰이 있었다. 이들은 민간 신앙으로 천시당한 역사에게는 재조명의 기회를, 오늘날의 사람들에게는 경험하지 못한 음악적 쾌감을 선물하며 21세기 샤먼의 역할을 완수했다. 한바탕 뛰어놀면 잡념도 쉬이 잊히는 ‘차지스 굿’. 사자(死者)와 생자(生者)를 잇는 가락이 동서고금마저 너끈히 아울렀다.


- 수록곡 -

1. 작두 [추천]

2. 사이에서

3. 좋다 잘한다 좋다

4. 담불 [추천]

5. 어영차

6. 부귀덩덩

7. 허쎄 [추천]

8. 너도먹고 물러가라 [추천]

9. 니나니

박수석(pss10527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