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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r Line
챈스 더 래퍼(Chance The Rapper)
2025

by 박승민

2025.09.21

이토록 극적인 추락이 또 있을까. 2016년 ‘카니예 웨스트를 만났으니, 난 이제 실패할 리 없지’(‘Ultralight beam’)라 외친 후 믹스테이프 < Coloring Book >으로 세 차례 그래미를 거머쥔 챈스 더 래퍼의 호시절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차기작 < The Big Day >에 쏟아진 혹평과 음악을 통해 끝없는 사랑을 표현해 온 아내와의 이혼까지, 깊은 구렁텅이에 빠진 듯한 상황에서 그는 지극히 예술가다운 방식으로 난관을 타개하고자 했다. 2022년 작업을 개시해 꾸준히 내놓은 수십 개의 싱글과 스니펫은 곧 < Star Line >을 위한 청사진과도 같다. 단 두 곡을 제외하고 앨범 전체를 새롭게 구성한다는 결단에서 프로젝트에 깃든 확고한 의지가 드러난다.


시카고의 따가운 햇살을 노래했던 챈스는 더욱 넓은 곳을 바라본다. ‘Good ass intro'와 ’All we got'의 계보를 잇는 탁월한 오프너 ‘Star slide intro'의 말미 삽입한 흑인 민권 운동 ‘Wattstax’에 대한 내레이션이 가리키는 바가 명확하다. 자밀라 우즈의 코러스를 날개 삼아 감정을 생생히 전달한 ‘No more old men’과 사뭇 직접적인 ‘The negro problem’ 모두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여전함을 보여주는 시작이다. 특히 3년 전 공개했던 ‘The highs & the lows’는 그의 성숙을 가장 뚜렷이 나타낸다. 소울 샘플 붐뱁 비트에 실려 진중히 속내를 고백하는 목소리는 뛰어난 랩만으로도 사람의 내면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증명한다.


다만 사운드와 메시지 양쪽을 잡음으로써 맞춘 초점이 결국 흩어지고 말았다. 급작스럽게 투입한 드릴 ‘Drapetomania'가 최소한 같은 고향 출신의 신예와 함께했다는 의의를 가진다면, ’Gun in yo purse‘부터 이어지는 가벼운 톤의 트랙들은 다분히 대중을 노린 까닭이다. 전작의 ’Hot shower'처럼 만듦새가 심히 떨어지지는 않지만 주제의식을 동시에 담기에는 무리가 컸다. 과거 평단과 차트를 같이 지배했던 이로서 응당 내릴 법한 결정이었으나 < Coloring Book > 혹은 ‘I’m the one’ 당시와는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는가. 차라리 한 방향에 집중하여 만든 전반부의 기세를 유지하는 편이 완성도와 완결성에 더 기여했을 테다.


건재함을 알리기에는 충분하며, 완전한 부활을 선언하기엔 부족하다. 익숙한 강점에 더해 바뀐 모습과 시대정신까지 선보이겠다는 목표로 마련한 67분의 러닝타임은 지금의 챈스에겐 다소 벅찼을지도 모른다. 긴 공백기만큼 하고 싶은 말이 넘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 모든 요소를 밀도 높게 집약하기란 어렵기에 일말의 아쉬움을 내비칠 수밖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량의 최대치를 발휘한 구간과 훌륭한 엔딩은 그간의 시련이 강한 담금질로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일종의 준비 운동으로 간주해도 좋다. 삶의 고점과 저점을 두루 경험한 그는 언제든 ‘And we back’을 외치며 돌아올 것이다.


-수록곡-

1. Star side intro [추천]

2. Ride (Feat. Do or Die)

3. No more old men (Feat. Jamila Woods) [추천]

4. The negro problem (Feat. BJ The Chicago Kid) [추천]

5. Drapetomania (Feat. BabyCheifDoIt)

6. Back to the go (Feat. Vic Mensa)

7. The highs & the lows (Feat. Joey Bada$$) [추천]

8. Space & time

9. Link me in the future

10. Gun in yo purse (Feat. Young Thug & TiaCorine)

11. Tree (Feat. Lil Wayne & Smino)

12. Burn ya block

13. Letters (Feat. Rachel Robinson)

14. Speed of light (Feat. LION BABE & BJ The Chicago Kid)

15. Pretty

16. Just a drop (Feat. Jay Electronica)

17. Speed of love (Feat. Jazmine Sullivan) [추천]

박승민(pvth05m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