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그룹 활동을 벗어나 솔로를 택한 배진영이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공간감을 지닌 특유의 목소리를 부각해 차분함과 소년미를 드러냈던 과거와 달리 힙합 베이스의 'Round&round'는 멋과 자유로움을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여기에 세련된 비트를 뽑아내는 썸데프, 바밍타이거로 실험적인 시도를 멈추지 않는 오메가 사피엔이 순조로운 새출발을 위해 합류했다. 스크래치와 둔탁한 드럼이 개장을 알리면 후렴구 들어 왁자지껄 펼쳐지는 놀이터에선 누구나 경쾌하게 리듬을 타기 좋다.

확실한 지향점 아래 단계적 목표를 수립하기보다 의욕이 앞섰다. 감초 역할을 해야 하는 추임새가 너무 많아 몰입을 방해하고 보컬과 비슷한 톤으로 전개되는 래핑은 느낌이 과해 부담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중요한 코러스는 퍼포먼스를 위한 배경음악으로 소모되어 그 존재감이 약하다. 노래부터 춤까지 육각형 면모를 발산하려는 욕심이겠지만 가사의 발음을 뭉개 흐릿하게 처리할 정도로 하이라이트 구간을 희생시킬 필요는 없었다. 이상과 현실 사이 메워야 할 간극이 아직은 넓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