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시도와 변화의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가수가 있는가 하면 변함없이 자기 색을 유지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음악인이 있다. 신승훈의 자리는 어딜까. 그만큼 한쪽에 두기 어려운 경우도 드물다. 높은 완성도의 사운드 메이킹과 기억을 잇는 발라드 넘버는 10년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여전한 위력을 뽐내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비중을 늘려 온 현재 시제와의 상호작용 또한 그대로다. 안정과 도전이 양보하는 듯 힘을 겨루며 하나의 점에서 합일하고 있으니 매번 대답이 쉽지 않은 것이다.
리드 싱글로 ‘She was’를 낙점한 선택은 탁월했다. 마침 올해는 데뷔 35주년을 맞이한 해다. 복귀를 자축하고 당해의 명분을 얹는다는 접근에서 잊고 있던 추억을 소환해 빠르게 빈칸을 채우기 위한 노림수이자 기다려준 팬을 위한 세레나데로 순전히 기능한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폭넓은 의미에서 우리네 어머니나 누군가의 아내 등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여성을 향한 노랫말로 비치며 미감이 잇따른다. 그렇게 쌓아올린 기대감이 그 자체로 그의 이름값을 지탱하는 동시에 흔들리지 않아 고마운 마음을 일깨운다.
장르 다양의 선포를 알렸던 < Wave > 3부작 속 고품질의 소리를 빼닮은 ‘너라는 중력’과 1991년을 휩쓸었던 메가 히트곡 ‘보이지 않는 사랑’을 연상케 하는 ‘이별을 배운다’는 각기 다른 세기의 형상을 빚어낸다. 회한과 연정으로 밀고 가는 후반부도 호흡을 잃지 않고 있으나 중점은 타 문법과 손을 잡은 ‘Luv playlist’와 ‘별의 순간’의 존재다. 시티팝과 록. 발라드 일변도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전개를 환기하는 교묘한 설계는 선명한 기승전결에 힘입어 음반 단위로의 완성도를 끌어올린다. 더불어 모든 곡을 직접 썼다는 사실 또한 이 지점에서 빛을 더한다.
오늘날 시장에서 발라드가 차지한 영역이 점차 좁아지고 있음은 사실이다. 아이돌 문화로 점철된 댄스 음악이 불투명한 지속성으로 상단을 영위하는 동안 힙합이 급부상했었고, 이제는 밴드의 바람이 불었다 말한다. 한국인에게 내재한 서정의 세포가 여전하다 할지라도 결국 비트 쪼개기를 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아니라면 과거의 영광에 기댄 리메이크나 술냄새 가득한 양산형 음악이 대다수 아닌가. 이 시점에 돌아온 < Sincerely Melodies >는 달갑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신승훈이라는 점에서 의미는 더욱 크다. 시류에 꼭 맞는 노래, 선배의 이러한 조곤거림을 바랐다.
-수록곡-
1. 너라는 중력 [추천]
2. Truly
3. She was [추천]
4. Luv playlist [추천]
5. 별의 순간 [추천]
6. 이별을 배운다
7. 끝에서, 서로에게
8. 그날의 우리
9. With me
10. About time
11. 저 벼랑 끝 홀로 핀 꽃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