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을 지배했던 녹색의 유령이 여전히 음악계를 떠돌고 있다. 레이브와 클럽 신 등의 단어가 수식하는 댄스 뮤직과의 결합, < Stardust >도 마찬가지로 그 기조를 추종하는 듯하나 실상은 더욱 깊다. 크레딧을 가득 채운 신진 아티스트들은 하이퍼팝과 디지코어, 다리아코어로 대표되는 유행을 좇아왔던 이들에겐 한결 익숙할 이름이다. 커리어 초기부터 근래의 < Scaring The Hoes >까지 힙합의 형식을 해체하며 전위성을 추구해 왔던 대니 브라운다운 과감한 캐스팅이다. 허나 이 원대한 청사진은 첫인상이 주는 신선함을 내용물에 그대로 반영하기엔 부족했다.
작품이 표방하는 모든 장르는 기초적으로 과잉을 전제하며 자극을 추구한다. 그 형태가 어떠하든 최소한의 파격성을 담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앨범의 주인공은 참여진들에게 방향타를 맡긴 채 일정한 선 안쪽에서 주로 머문다. 거칠게 마감한 전자음이 원초적인 충격을 주는 ‘1999’과 수어슬럿(Sewerslvt)표 드럼 앤 베이스 위 랩이 얹힌 ‘The end’가 극단으로 치닫는 데 성공한 예시라면 그렇지 않은 경우 역시 존재한다. 제인 리무버의 < Revengeseekerz >에 수록되었던 ‘Psychoboost’처럼 파괴적으로 날뛰어야 했을 ‘All4u’는 엔딩의 감정선을 조성하는 역할에만 국한된다. 또 이스브로키의 날것 같은 피처링이 스포트라이트를 완전히 가져간 ‘Whatever the case’가 보여주듯 대부분의 곡에서 대니 브라운의 퍼포먼스는 인상적인 지점을 만들지 못했다.
동시에 대중적인 접점을 끌어낼 수 있다는 특징을 살려 반대편의 방법론도 가능한 상황. 언더스코어스의 기량을 팝 색채에 맞춰 극대화한 ‘Copycats’는 그러한 노림수가 완벽히 적중한 킬링 트랙이다. 전형적인 하우스 비트의 ‘Lift you up’ 또한 대니 브라운의 래핑이 제대로 녹아들지 않았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즐길 만하다. 외려 ‘Starburst’와 같이 초점을 오롯이 그에게 집중했을 때 멋진 벌스가 나왔기에 무작정 실험성만을 추구하는 대신 기존 방향에서의 접근을 늘렸다면 어땠을까. 한편 < Quaranta >에 이어 내면을 고백하는 쿼데카와의 두 합작은 확연히 구별되는 감성적 분위기를 지닌 채 부유하니, 개별 곡이 가진 특색이 뚜렷한 만큼 이를 융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불광불급’ 혹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 Stardust >는 이 두 표현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사례다. 언더그라운드의 가장 깊은 구역에서 불러 모은 구성원의 공로가 두드러지지만 결국 싱글 모음집 이상의 감흥을 주지 못하는 까닭이다.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서사를 전달하는 방식 역시 각 곡을 성기게 연결하는 정도에 그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렌드 최전선의 사운드를 파편적으로나마 제시한 점과 아티스트가 음반을 통해 정신적 재활에 성공했다는 사실을 주된 의의로 내세울 수 있겠다. 하지만 우리는 이 익스페리멘탈 대부에게 더 야심찬 무언가를 원한다. 별이 소멸한 후 새롭게 태동할 거성은 전보다 밝아야만 하니까.
-수록곡-
1. Book of Daniel (With Quadeca)
2. Starburst [추천]
3. Copycats (With underscores) [추천]
4. 1999 (With JOHNNASCUS) [추천]
5. Flowers (With 8485)
6. Lift you up
7. Green light (With Frost Children)
8. What you see (With Quadeca)
9. Baby (With underscores)
10. Whatever the case (With ISSBROKIE)
11. 1l0v3myl1f3! (With femtanyl)
12. Right from wrong (With NANAMDÏ)
13. The end (With ta Ukrainka & Zheani) (Feat. Cynthoni) [추천]
14. All4u (With Jane Remo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