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t forward’의 성취는 전소미에게 중대한 바로미터를 제공했다. 가창을 뺀 자리에 댄서블함을 채워 만들어낸 트랙은 당시 K팝을 지배했던 전자음악 트렌드 속에서도 특히 과감했으며, 동시에 기존 이미지의 연장선에서 이뤄낸 발전의 결실이었다. 하지만 이후 시즌 송만을 드문드문 발매하며 2년이 지나갔으니, 오랜만의 컴백은 아이오아이에서 솔로로 나아갔던 때만큼의 충격을 전제해야만 한다. 새로운 캐릭터를 동반한 방향 전환이나 전작의 성격을 계승한 사운드적 진일보가 그 방법이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전소미는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았다. 빠른 BPM으로 진동하는 베이스 대신 전체적으로 이지 리스닝에 가까운 접근법을 취했기에 이전 행적을 기억하는 이들의 볼멘소리는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선공개 ‘Extra’는 이러한 비움이 결국 악수가 된 예시다. 디스코를 통한 빌드 업으로 아련한 선율의 코러스까지 도달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이어지는 후렴이 맥 빠지는 탓에 흐름이 끊긴다는 인상을 준다. 차라리 확실한 강점을 지닌 부분에 집중함으로써 승부를 거는 편이 더 나았을 테다. 여러모로 ‘Fast forward’에서 보여주었던 결단이 필요했던 대목이다.
개별 곡의 면면 역시 < Game Plan >과 유사하면서도 한결 가볍다. 이미 시도한 바 있는 알앤비와 하우스를 비롯한 무대에서 비트와 가창 모두 결코 과하게 힘을 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앞선 패착을 반복할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참신한 구성이 차별점이자 돌파구로 기능했다. 주문을 외는 것처럼 음을 배제한 ‘Escapade’의 버스(verse)는 ‘Time will tear us apart’란 노랫말의 멜로디를 극대화하며, 인트로의 빨려 들어가는 듯한 신시사이저로 주의를 집중한 후 랩과 보컬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Delu’는 알앤비의 전형성을 탈피한 모범 사례다. 경쾌한 템포의 드럼을 일렉트릭 기타와 바로 연결한 ‘Chaotic & confused’ 또한 흥미로움을 더한다.
타이틀 ‘Closer’가 진정한 후속작에 가까우나 상술한 장점과는 동떨어져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진다. 목소리를 쪼개는 기법이 인트로 샘플의 일회성과 전형적인 전개까지 감당할 정도로 신선하지는 못했던 까닭이다. 가장 최근의 모습으로 어필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겠지만 이를 마냥 실패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록곡 곳곳의 번뜩임은 분명 또 한 번의 추진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잠시 멈춰 섰더라도 다시 페달을 밟으면 될 일이다. 연차와 함께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점차 가속해 나가는 것이 전소미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다.
-수록곡-
1. Escapade [추천]
2. Extra
3. Chaotic & confused
4. Closer
5. Delu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