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알앤비 싱어송라이터 썸머 워커의 삼부작을 마무리하는 음반이다. 날것의 노랫말과 관능적인 목소리로 자신의 특색을 알린 1집 < Over It >과 장르 신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2집 < Still Over It > 이후 이번 앨범은 길고 지난했던 과거를 청산하는 데 집중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프로듀서이자 그에게 상처를 남긴 전 연인 런던 온 다 트랙(London On Da Track)과의 관계를 정리한 뒤 작곡진을 재편했고 그만큼 트랩 비트에 치중한 음악 스타일을 다채롭게 빚었다.
밀레니엄 전후 시기를 풍미한 알앤비 기법은 대중에게 익숙한 썸머 워커의 특징이지만 < Finally Over It >을 감싼 수록곡들의 농도는 더 진하다. 비욘세의 ‘Yes’를 샘플링한 ‘No’가 그 예시로 원곡을 도입부에 배치해 옛 시절의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기존의 멜로디를 재구성하여 감정의 밀도와 고혹의 세기를 높였다. 복고를 견지하고 현대적인 질감으로 엮어내는 그의 주특기는 선공개 싱글 ‘Heart of a woman’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과 2000년대풍 신시사이저를 발판 삼아 매혹적인 음색을 부각하는 매무새는 그동안의 대표곡들과 견주어도 손색없을 만큼 뛰어나다.
격한 감정을 분출하던 이전과 달리 다양한 주제로 초점을 맞췄다. 후회로 얼룩진 나날을 회상하는(‘Robbed you’) 한편 끊어낼 수 없는 사랑을 또다시 갈구하고(‘How sway’) 달콤한 관계를 약속하는(‘Number one’) 등 입체적인 진술에는 장기인 작사 실력과 더불어 피처링 진의 역할이 컸다. 여러 뮤지션의 시선을 빌려 연출적인 측면을 강화하거나 코러스에 힘을 싣는 것은 효과적이지만 서술의 범위가 넓은 일부분에서는 과용됐다. 여성 래퍼들을 동원한 ‘Baller’의 합작은 독백들의 나열에 가깝고 ‘1-800 Heartbreak’에서 앤더슨 팩의 후반부 솔로 래핑은 주요 멜로디와의 호흡이 불안정하다.
연작의 서사를 갈무리하는 음악이 커리어를 지탱해 온 슬로우 잼이나 < Clear 2: Soft Life EP >에서 피워낸 네오 소울이 아닌 팝 발라드 넘버 ‘FMT’라는 점은 흥미롭다. 내면의 성장을 담은 노랫말이 직설과 독설을 오갔던 과거의 작풍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법에 물들며 유연한 전환점을 만들었다. 컨트리 향을 머금은 ‘Allegedly’ 역시 샤부지와 같은 현대 흑인 뮤지션들이 선보인 사례지만 썸머 워커만의 깊이가 묻어나는 이유다. 후반에 배치된 ‘Don’t make me do it/Tempted’의 감미로운 멜로디가 기세를 유지하고 마지막 곡 ‘Finally over it’이 적절한 끝맺음으로 기능하는 것도 설득력 있는 스타일의 확장이 음색의 여백을 제공한 덕분이다.
세상을 떠난 엔터테이너 안나 니콜 스미스의 결혼사진을 참고한 앨범 커버부터 관계의 가변성을 다루는 내용까지 < Finally Over It >은 안팎으로 많은 요소를 함의하지만 썸머 워커의 형상은 그 중심에 당당히 위치한다. 초호화 피처링 진의 고민 없는 투입은 얄궂지만 확고한 기조로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특정 영역에 국한된 디스코그래피의 외연을 넓혔다. 알앤비 아티스트들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졌던 2025년, 그는 유행을 좇거나 관습에 기대는 대신 속도를 늦추고 온전한 내실을 쌓는 쪽을 선택했다. 그렇게 축적된 멜로디는 깊은 상흔을 어루만지며 숙성된 사랑을 길어 올린다.
-수록곡-
CD 1
1. Scars
2. Robbed you (With Mariah the Scientist)
3. No [추천]
4. Go girl (With Latto & Doja Cat)
5. Baby (With Chris Brown)
6. 1-800 Heartbreak (With Anderson .Paak)
7. Heart of a woman [추천]
8. Situationship
9. Give me a reason (With Bryson Tiller)
CD 2
1. FMT [추천]
2. How sway (With SAILORR)
3. Baller (With GloRilla, Sexyy Red & Monaleo)
4. Don’t make me do it/Tempted [추천]
5. Get yo boy (With 21 Savage)
6. Number one (With Brent Faiyaz) [추천]
7. Stitch me up
8. Allegedly (With Teddy Swims)
9. Finally over i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