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류의 앞줄에 서기 위해 아직 알려지지 않은 무언가를 재빠르게 가져온 음악이 있는가 하면 지난날의 단편을 소환해 추억과 함께 자신만의 색으로 버무린 선택도 있다. 시선의 끝이 앞뒤 어디에 있느냐의 차이인 것이다. 세이마이네임은 후자를 택한 전형적인 예시다. 이 경우에도 이들은 멀리서 단서를 찾지 않는다. 십 년을 넘지 않는 범위, 마침 2016년을 들춰보는 젊은 층의 유행과 맞닿아 달가움을 더한다. 여러 선배 그룹의 잔상이 스쳐 가지만 이에 갇힌 모습은 아니다. 무작정의 답습이 가진 위험성을 인지하고 제 몫으로 풀어보려는 의도가 명확하다.
수록된 다섯 곡에는 확실한 지향점이 비친다. 2018년 동명의 웹 드라마에 삽입되어 인기를 끌었던 세븐틴의 ‘A-teen’에 어깨를 빌린 ‘Bad idea’, 최예나의 홀로서기를 알린 ‘Smiley’와 닮은 팝 펑크 기반의 ‘UFO’, K팝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은 UK 개러지와 그중에서도 투 스텝 사운드를 강조한 ‘Delulu solulu’가 선두를 달린다. 뒤이어 위켄드 표 피비알앤비(PBR&B)가 남긴 영향은 물론 본인의 곡 ‘Shalala’와 십 년 전 아이오아이의 발라드 수록곡을 연상케 하는 ‘Hard to love’, 록스타 이미지에 힘을 쏟고 있는 프로듀서 김재중의 손길이 느껴지는 마지막 로큰롤 트랙 ‘Say my name’까지 흩뿌린 소스가 익숙한 건 사실이다.
다만 이미 만들어진 형식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동일 장르의 울타리 속 접근 방식이 유사할 뿐 그 안의 알맹이를 찾기 위한 분투가 선명하다. 걸 그룹 시장에서 팝 펑크라는 장르가 갖는 한계를 간파한 듯 타이틀 곡 ‘UFO’는 고음 위주의 가창과 갖가지 장치에 기대지 않고 다 같이 놀자는 식의 과감한 방향성으로 일찍이 마음을 누그러뜨린다. 그 반대에 위치한 ‘Hard to love’는 ‘Shalala’가 남긴 매끄러운 선율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출발하며 사운드의 증폭이 아닌 멜로디로 승부를 겨루는 유일한 트랙이다. 그 덕에 각 구성원이 가진 개성은 순간 돌출된다. 특히 카니와 소하의 발전된 기량은 고무적이다.
인디 밴드의 음악에는 갓 시작한 어리숙한 티에도 그 자체가 불안한 청춘을 표상하는 것 같다며 손뼉을 친다. 그러면서도 K팝 그룹에는 첫 발의 미숙함을 용납하지 않는 강경한 태도에 줄을 선다. 물론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는 크나큰 태생적 격차가 있지만 외쳐도 보고, 속삭여도 보고, 때론 침묵하기도 하는 아이돌의 엉뚱한 분주함도 박수받을 때가 있어야 한다. 아이즈원 출신의 리더 히토미와 김재중의 프로듀싱이 선물한 안정성을 제할 순 없겠으나 꼭 이에 집중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러운 작품이다. 언제까지나 기억 속에서만 놀 순 없는 노릇이고, 또 대차게 펼쳐둔 만큼 어떻게 모을지가 중요하겠지만, 아직까진 내 이름을 불러달라는 기개만으로 충분하다.
-수록곡-
1. Bad idea
2. UFO (Attent!on) [추천]
3. Delulu solulu
4. Hard to love (♥LOVE) [추천]
5. Say my na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