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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hing's About To Happen To Me
미츠키(Mitski)
2026

by 남강민

2026.04.30

미츠키의 고통에는 냉소가 가득하다. 정체성의 혼란을 파괴적으로 흩뜨린 초기작이 그랬고, 일본계 미국인 여성으로서 뿌리를 해방하며 독보적 영역을 확보한 히트작 < Be The Cowboy >도 마찬가지였으며, 감정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 Laurel Hell >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우울 어린 목소리로 자신과 타인을 치유했던 < The Land Is Inhospitable And So Are We >의 짧은 평안은 끝났다. 그는 쓰러져 가는 오두막으로 들어가 고립을 탐닉한다. 죽음을 비롯한 온갖 섬뜩한 단어를 정겨운 아메리카나 선율 위에 장식하면서.

1960년대 미국을 그대로 옮겨놓은 장르 선정에도 향수보다는 기괴함이 앞선다. 3년 전 컨트리와 포크의 재현이 청각적 고전미를 향유하며 위로의 온기를 높이는데 충실했다면, 비슷한 질감의 이번 앨범은 풍요로운 멜로디를 표방하여 내면의 비극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평온의 한복판에 내려앉은 혼돈이 더욱 매서운 법. 아코디언과 벤조의 토속적 분위기에 고독을 전가한 첫 트랙 ‘In a lake’는 기저의 불행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황홀한 현악기로 완성한 ‘Charon's obol’은 블루스에 숨겨둔 애도를 낱낱이 파헤치며 동화 같은 외피에 무심히 잔혹함을 덧씌운다.

죽음을 곁들인 블랙코미디 식 스토리텔링이 음산함의 핵심이다. ‘Dead women’의 가사를 통해 소재로 전락한 인간의 주체성을 지적하는 방식이나, ‘That white cat’에서 집착과 해탈의 반복을 소멸로써 매듭짓는 서사는 파괴를 앞세워 존재의 존엄을 역설하는 심미적 기교에 가깝다. 이렇듯 고도화된 표현력이 가장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은 언어를 넘어선 음악적 풍자다. 미국적인 문법을 빌리면서도 그 내부를 허무로 채우는 반어적 은유는 8년 전 카우보이가 되겠다던 선언의 묵은 답답함을 되짚는다. 이질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그에게 있어 보사노바에 공허를 담은 ‘I’ll change for you’는 그가 여전히 경계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다. 

과거를 선명히 복원하는 가운데 틈틈이 자기 모습이 묻어난다. 카타르시스로 꾸며낸 ‘Lightning’의 찢어지는 기타 사운드나 타이틀 ‘Where’s my phone?’에서 터져 나오는 기타 디스토션은 지금의 그를 있게 한 록 에너지가 원천. 절절한 ‘My love mine all mine’을 태워버릴 듯한 ‘If I leave’의 후반부는 해로운 관계를 놓지 못하는 강박을 특유의 강렬함으로 구현한다. 연이은 두 정규작 간의 양식적 기시감과 전매특허인 신스팝의 부재 등 제한된 쾌감을 상쇄하는 치밀한 록 배치는 놀라울 정도다.

구성상의 대비가 흐릿하긴 하나 단조로운 전개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기량을 증명한다. 자기연민과 자학을 넘나드는 광증을 다룰 때는 극본에 가까운 생생한 작법으로 몰입의 해상도를 높이고, 자신을 파고드는 순간에는 < Puberty 2 >를 소환하며 집요한 노련미를 내비친다. 이전처럼 따스함을 만끽하게 두는 건 < Nothing’s About To Happen To Me >의 소명이 아니다. 편안함으로 위장한 독기가 헤집는 허울뿐인 평화. 가식을 내려놓고 내면을 드러내는 순간, 폐허가 된 집에서 비소를 짓는 미츠키를 마주할 수 있다. 

-수록곡-
1. In a lake [추천]
2. Where's my phone? [추천]
3. Cats
4. If I leave [추천]
5. Dead women
6. Instead of here
7. I'll change for you
8. Rules
9. That white cat [추천]
10. Charon's obol
11. Lightning
남강민(souththriver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