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즘이 비정기적으로 미처 리뷰하지 못했던 작품을 되짚어봅니다. 이번 리뷰는 이즘에서 ‘2011년 올해의 팝 앨범’으로 선정한 본 이베어의 < Bon Iver, Bon Iver >입니다.
눈이 녹으면 반드시 꽃이 핀다. 앙상했던 나무는 울창한 숲을 이루었고 절반이 넘도록 번진 흑백 이미지는 정교한 풍경화가 되었다. 커버 아트의 변화처럼 본 이베어의 디스코그래피는 계절의 흐름을 따른다. 프랑스어로 좋은 겨울이라는 이름의 뜻과 다르게 힘겨웠던 < For Emma, Forever Ago >를 지나 어느덧 < Bon Iver, Bon Iver >에서 그는 따사로운 봄을 맞이한다.
차가웠던 공기가 온화해지고 여러 겹의 옷이 하나로 가벼워지듯 그의 사운드는 뼈대에 살을 붙이고 다시 분해하는 과정을 겪었다. 원초적인 포크가 대표하는 1집과 파편적인 3집 사이에 자리한 본작은 서로 다른 둘을 잇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완벽에 가까운 맥시멀리즘이 미니멀리즘과 해체주의 사이를 연결한 것이다. 더 이상 작은 통나무집에서 낡은 기타만을 고집하지 않고 버려진 병원을 스튜디오로 개조해 노래를 만들기 시작한다.
‘Perth’에서는 소리의 끝을 가늠할 수 있었던 과거와의 차이를 뻗어나가는 관현악단의 행진을 통해 확연하게 드러낸다. 기존에는 어쿠스틱 기타와 목소리가 전부였지만 ‘Beth / Rest’에서 1980년대 발라드에 필수적이었던 야마하 DX7 신시사이저를 활용하며 자신을 규정하던 포크를 탈피했다. 데뷔 시절이었다면 가장 먼저 나오는 기타 리프 하나만으로 풀어나갔을 ‘Towers’도 점차 악기를 채워나가며 앨범의 기조를 이어간다. 공간을 압도하는 동시에 이완하는 힘은 광활한 대자연을 마주하는 경험에 비견할 수 있다.
음악에서 나타난 확장은 가사에도 반영되었다. 비극적인 상황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모습이었던 그는 후(The Who)의 ‘I can see for miles’를 인용한 ‘Holocene’처럼 더 멀리 내다보는 태도로 성장했다. 지명 표기를 빌려온 제목에서도 새로운 시점이 보인다. 실존하는 지역 혹은 상상 속의 이미지를 거쳐서 감정을 풀어내는 은유적 방식은 이후 철학적 탐구로 향하는 기반이 된다. 깊은 고찰을 바탕으로 이루어낸 내면적 성장이 있었기에 프로덕션의 변화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탄생과 죽음은 멀리서 바라보면 끝없이 순환한다. 본 이베어의 디스코그래피, 그리고 작품의 처음과 마지막이 그렇다. ‘Birth’와 발음이 비슷한 ‘Perth’부터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후 집(Beth)에 돌아와 쉼(Rest)에 이르기까지. 삶의 순리를 깨달은 저스틴 버논은 슬픔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인생을 한 발 떨어져서 관찰하려 노력한다. 그 결과로 완성된 풍경은 이토록 완벽하다.
-수록곡-
1. Perth [추천]
2. Minnesota, WI [추천]
3. Holocene [추천]
4. Towers [추천]
5. Michicant
6. Hinnom, TX
7. Wash. [추천]
8. Calgary
9. Lisbon, OH
10. Beth / Rest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