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Lllm
트레이비(Tray B)
Feat.
지코
개코
2026

by 손민현

2026.06.11

강한 인상을 남긴 래퍼 트레이비가 그 열기를 이어가는 ‘Lllm’을 준비했다. 얼마 전 그는 경연 프로그램 < 쇼미더머니 >에서 간단한 원칙을 준수한 것만으로도 주목받았다. 자극과 도파민에 찌든 랩이 유행하는 흐름 속 막상 발화하는 구절의 청각적 쾌감을 실천하는 아티스트는 드문 탓이다. 꼭 필요한 곳에 알맞게 떨어뜨린 라임, 높고 거친 목소리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발성 등 기본과 자격을 증명한 도전자는 업계 내 거물로 불리는 두 '코'를 홈 경기장에 불러세우는 데 성공했다. 둘이 겨루는 판만으로도 이미 흥미진진하다.


운동복 소재처럼 탄력 높은 랩 직조하기, 가짜 래퍼를 향한 디스로 1분간 자기 강점을 증명하기가 규칙의 전부다. 선봉으로 나선 호스트는 거물을 꿰어낼 수 있었던 방송 때의 필살기를 되풀이하며 가장 안정적인 전략을 택했다. 얕은 공감대로 초대에 예의를 표한 개코는 반복적인 비트의 난입을 가뿐히 회피하며 목소리로 요리하는 장기를, 지코는 그 스테이지를 에둘러 넘나드는 아웃복싱 방식을 선보이며 최선으로 임한다. 승패 결판은 없겠지만 분명 이 판의 명운은 언어 선택에서 갈렸을 것. 익숙하지만 분명한 목적, 진지한 참여자의 태도, 무엇보다 랩에 긴장할 수 있던 랩 게임이었다.

손민현(sonminhyu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