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Moho
드레스(Dress)
라프산두(Raf Sandou)
2026

by 한성현

2026.06.18

협업의 갈래는 보통 둘이다. 서로의 능숙한 요소를 극대화하여 시너지를 도출하거나, 전에 보지 못했던 것을 새롭게 끄집어내거나. < Moho >는 후자다. < 쇼미더머니 12 >에서 타격감 높은 랩으로 이목을 끌었던 신예 래퍼 라프산두와 프로듀서 드레스가 함께 만든 EP는 뜻밖에도 낭만적 알앤비로 뛰어들었다. 주로 작은 규모의 베드룸 팝 성향이 두드러지던 드레스의 디스코그래피를 놓고 봐도 상당한 경로 이탈이다.

타이틀곡 ‘Skin of gold’는 가벼운 외도일 것이라는 오해를 곧바로 불식시키는 트랙이다. 도입부 신시사이저부터 30여년 전 컨템포러리 알앤비의 충실한 재현을 목표로 선포하는 노래는 라프산두의 싱잉 랩과 디모 렉스라는 활동명을 새로 내건 방예담의 미성, ‘ABG’로 이름을 알린 조(Joh!)의 안정적인 음색을 교대로 출격하며 옛 보컬 그룹의 향수를 자극한다. 서늘한 감촉이 시그니처인 인디 록 뮤지션 안다영도 여기에서는 1990년대 팝 디바의 아우라를 덧입었다. 보컬 재해석과 탁월한 기용 전략의 승리다.

여섯 곡의 트랙리스트에 인트로와 인터루드를 하나씩 넣었으니 애당초 긴 호흡을 유도한 음반은 아니지만, ‘긴 밤으로 큰 집을 지어 널 기다리네, 어제처럼’을 제외하면 러닝타임을 모두 3분 아래로 절삭한 탓에 무르익은 감정을 되새길 자리가 넉넉하지 않다. 힙합 크루 오카시가 단체로 참여해 막바지에 분위기를 전환하는 ‘MGL’도 올라간 흥겨움에 비해 급박하게 마무리한다는 인상이 든다. 장르 선택 심리의 한 축에는 숏폼 기반 소비 양상에 대한 반발감도 있지 않나. 지나친 배려다.

해외에서도 켈라니 등의 아티스트를 필두로 컨템포러리 알앤비 복각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복고로 시작해 점차 현대적 스타일로 돌아오는 구성은 두 아티스트가 트렌드를 빠르게 쫓아가는 것 이상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통찰력까지 보유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단발성 파트너십에 그치지 않고 더 큰 볼륨으로 확장되길 자연스레 바라게 만드는 프로젝트. 첫 결과물만 본다면 이 조합, 장기적으로 투자해도 좋을 법하다.

-수록곡-
1. Moho
2. Skin of gold (Feat. DIMO REX & Joh!) [추천]
3. 긴 밤으로 큰 집을 지어 널 기다리네, 어제처럼 (Feat. 안다영) [추천]
4. ~할때만 (Feat. JUNNY)
5. Think of me
6. MGL (Feat. OKASHII)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