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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swer.
아월(OurR)
2026

by 박시훈

2026.08.11

당신의 휴대전화를 울리는 가냘픈 수신음에 응답하기 전, 먼저 음성 사서함에 남겨진 < I >와 < Can’t >의 부재중 메시지를 확인하길 권한다. 그곳에는 사막 속에서도 꽃을 맺는 선인장처럼 굳세지 못할지라도,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지난날을 한탄할지라도 더 나은 내일을 소망하는 이들이 존재할 터. 아월의 세상은 개인적이면서 그만큼 포괄적이다. 우울함이 곧 모든 청춘을 대변한다고 볼 순 없겠으나 이 또한 젊음이 마주하는 통과 의례이듯 밴드의 음악은 줄곧 다수의 성장통과 함께해 왔다. 트릴로지의 마지막 < Answer. >는 그렇게 혼란스러운 감정을 추스르고 미뤄 왔던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전화기 너머 각기 다른 이름을 하나씩 호명하면서. 

일관된 주제 아래 속마음을 털어놓던 전작과는 결이 다르다. 통화 연결음과 종료음이 오가는 인터루드를 제외하면 10개의 수록곡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넘실댄다. ‘내가 쟤를 미워했는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기억을 더듬거나 ‘유토피아’에 도달하고자 스스로를 몰아넣는 등 기존의 화법을 견지하면서도, 낙관적인 풍경을 그리는 ‘미래도’와 연대 의식으로 점철된 ‘소국’까지 경유하는 앨범은 그 사유의 폭을 한층 확장한다. 이 유연한 각본에 합류한 일본 뮤지션들의 사적인 고백도 이야기의 반경을 넓히기는 마찬가지. 내면을 분출하는 데 집중하던 아월이 이제는 낯선 이들을 향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밴드가 되었다. 

너른 포용력을 지닌 노랫말이 시선을 멈추게 한다면 몰입의 동력은 역시 촘촘한 사운드에 있다. 대개 갖가지 소리가 일렁이던 작풍도 < Answer. >에서만큼은 한결 명료해졌다. 나른한 리듬으로 시작해 후반으로 향할수록 악기 톤이 거세지는 ‘난그저까칠하게만들어진곰팡이야’나 선명한 멜로디를 앞세운 ‘Oasis’처럼, 밀도 높은 구성과 전개가 각 곡이 품은 미완의 답변에 구체적인 해설을 보태는 식. 그중에서도 ‘소국’은 이 방법론에 가장 충실하다. 소외된 자들의 결집을 고대하는 보편적 주제도 아픔의 깊이를 헤아려 온 밴드의 섬세한 손길을 거치니 입체성을 얻는다. 이처럼 절실한 보컬과 굴곡을 메우는 연주가 한데 모여 밴드의 궤적을 찬란하게 집약했다.   

공허한 가사나 몽환적인 질감과 같이, 밴드 신 전반이 공유하는 정서를 주무기로 삼았던 이들의 디스코그래피는 분명 남다르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웠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던 세계인 만큼 고유성이 흐릿했기 때문. 급격한 변화 대신 담담한 갈무리를 택한 아월의 음악관은 역설적으로 또렷한 생명력을 발산한다. 여기에는 한낮의 일상에 지쳤을 때 편안한 휴식을 건네거나, 한밤중 외로움이 찾아올 때면 어깨를 내줄 목소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젊음의 역동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 중인 이곳의 생태계지만 사실 오랫동안 저변을 다져 온 자들은 동시대의 불안을 포착해 왔던 뮤지션들이 아니었나. 홀로 삼켜야 했던 고민에 귀 기울여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 신호를 붙잡을 < Answer. >다.   

-수록곡-
1. Signal
2. 미래도
3. 잠수 (Feat. REJAY) [추천]
4. 유토피아 [추천]
5. 난그저까칠하게만들어진곰팡이야 [추천]
6. 전시회
7. 내가 쟤를 미워했는지 
8. No answer
9. Hold my (Feat. 甫木元空)
10. Oasis [추천]
11. 사람을 찾습니다
12. 소국 [추천]
박시훈(sihun66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