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개성을 거부하는 '힙스터' 세력이 알앤비를 점거한 지 거의 10년이 넘었다. 대중성을 개의치 않는 마니아들이 지지를 보낸 덕에 유수의 스타가 배출되었고 국내에서도 여파를 이어받아 여러 신성이 등장했다. 쿤디판다, 누기, 비앙과 함께 4인조 그룹 플랫샵으로도 활동하는 담예는 얼터너티브 알앤비 뮤지션의 길을 걷는 자기 자신을 생생하게 전시한다. 그리고 조롱한다. 뮤지션과 대중의 관계에 대한 고찰부터 인간이기에 가질 수밖에 없는 모순적인 욕망까지 민낯으로.
현시대 가장 유망한 알앤비 프로듀서를 기용한 저스틴 비버의 < Swag > 앨범이 그랬듯 < 가장 얇은 가죽 >의 주무기는 기타다. 기본적으로는 심플한 리듬 위주의 연주가 주를 이루지만 'My Celine'에서는 과감한 기타 솔로를 삽입하여 장르의 일반적 예상 범위에 갇히지 않는 악기 운용을 연출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오프닝 트랙 '뜯'에서 날리는 경고문('Go punk yourself'), 'Not my Spotify'의 자기 암시적 주문처럼 트랙별로 기억될만한 장치도 적절하게 배치했다. 흐느적거리는 가창이 건네는 첫인상과 달리 나눠서 음미할 맛을 또한 보유한 음반이다.
멋만 있지 않고 깊이까지 우러나오는 것은 역시 가사 덕분이다. 전작 < The Sandwich Artist >가 소시민적 삶을 조명했다면 신보에는 뮤지션, 그리고 그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의 일상적 철학이 녹아 있다. 'I look like this'는 남성 아티스트로서는 드물게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를 다루고, '반골기질친구들'은 다수의 취향에 휩쓸리기를 거부하는 동시에 인정욕구에 허덕이는 아이러니를 난도질한다.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그가 속한 환경을 비춰봤을 때 담예의 화법은 더 무서운 메타적 비수가 된다.
'Archie's interlude' 이후 앨범은 연인을 향한 세레나데로 모드를 변경한다. 아티스트로서의 자의식을 표출한 전반부의 패기는 살짝 사그라들지만, 클래식한 박자로 사랑을 노래하는 '사기꾼 증후군'이나 '도란도란 two' 같은 트랙에서는 그의 시야가 시대적인 균형감도 갖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신세대적인 외피가 다가 아니라고 밉지 않게 으스대는 작품. 얇은 살갗 아래 아티스트의 꿈틀대는 자아만이 아니라 노련함이 비친다.
-수록곡-
1. 뜯
2. 얇은 가죽 아래에
3. I look like this [추천]
4. Not my Spotify [추천]
5. 천벌을 내리리라
6. 반골기질친구들 [추천]
7. Archie's interlude
8. 너 그러다 다쳐
9. 사기꾼 증후군 [추천]
10. Nakedinmy
11. My Celine [추천]
12. 도란도란 tw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