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 메탈의 죽음, 하드 록의 부활
80년대 초반부터 극성을 부리던 상업화된 헤비 메탈 즉 팝메탈은 80년대 말이 되면서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떵떵거리던 밴 헤일런, 본 조비, 데프 레파드, 트위스티드 시스터 그리고 'LA 메탈' 밴드 모틀리 크루, 래트 등의 위력은 이 시기 들어 현저히 떨어졌다.
건즈 앤 로지스(Guns N'Roses)는 팝메탈의 퇴조 속에서 훨씬 강력한 하드 록을 들고 나와 성공을 거둔 그룹이었다. 이들의 87년 첫 앨범 <파괴에의 욕망>(Appetite For Destruction)은 1년이 지나 빌보드 앨범 차트 정상에 올랐다. 계속된 공연, 그리고 그들 스타일과 정반대의 낭만적인 곡 '달콤한 나의 연인'(Sweet child o'mine)이 싱글 차트 1위를 점령한 데 힘입어 나타난 지각성공이었다.
89년에 이르러 그룹의 인기는 천정부지로 치솟아 이 앨범이 차트 정상을 지키는 동안 새 앨범 <거짓말>(Lies)이 5위 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동시에 두 앨범이 차트 톱 5위에 랭크된 것은 74년 '병 속의 시간'(Time in a bottle)로 유명한 짐 크로치 이후 15년만의 쾌거였다. 짐 크로치는 사망의 추모 분위기로 그것을 일궈냈지만. 건즈 앤 로지스는 살아생전(?) 그 위업을 창조했다.
활화산처럼 터진 이 같은 대중적 호응으로 그들은 팝메탈의 죽음과 함께 하드 록의 부활을 선포했다. 89년 말까지 두 앨범의 판매고가 1200만장을 돌파했다는 점이 그러한 추세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뒷받침해주었다. 이제 메탈계의 왕관은 본 조비에서 그들에게로 넘어갔다.
건즈 앤 로지스는 펑크적 색채를 가미함으로써 하드 록의 전형적 파워를 내뿜었다. 그들은 섹스 피스톨스의 허무주의 그리고 롤링 스톤스와 에어로스미스 특유의 거만함을 수용하여 '쇼크'를 던졌고 그 충격요법의 효과를 만끽했다. 실제 이 앨범의 모든 부분이 충격을 몰이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첫 번째 쇼크요법은 앨범 재킷의 일러스트레이션에 가해졌다. 로봇이 여인을 강간하는 소름끼치는 그림을 앨범 커버로 디자인한 것이었다. 당연히 논란이 뒤따랐고 많은 레코드 소매상들이 이 앨범 진열을 거부하는 바람에, 충격을 완화시킨 현재의 커버로 디자인을 바꿔야 했다. 이로써 그들은 80년대 록계의 대표적 악동그룹으로 부상했다.
넝마주이나 부자들 다 부와 명성을 향해 돌진하고 있다고들 하지, 그것이 게임이라면 그건 도박이야. 중죄로 다스려야지. 모든 사람이 형기를 치르는 거야. '낙원 도시'(Paradise city)
넌 모든 이의 섹시 걸이야. 만족시키기 어렵지. 밝은 빛을 맛볼 수 있겠지만, 정글에서 무료로 그렇게는 안될 거야. 정글로 와요, 나의 뱀을 만져. 난 네 외치는 소리를 듣고 싶어. '정글로 와요'(Welcome to the jungle)
젊은 층은 생래적으로 니힐리즘과 파괴 본능을 보유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 록마니아의 성원에 의해 위의 곡들은 싱글 차트마저 성공적으로 요리했다. 이 두 곡은 당시 싱어 액슬 로즈의 약혼녀 에린 에벌리(에벌리 브러더스였던 돈 에벌리의 친딸)에게 바치는 노래 '달콤한 나의 연인'이 1위를 차지한 뒤 후속 싱글로 발표되어 모두 톱10을 기록했다. 쇼크 사운드를 내건 당시 건즈 앤 로지스의 구성은 액슬 로즈 외에 슬래시(리드 기타) 이지 스트래들린(리듬 기타) 더프 맥카건(베이스) 그리고 스티븐 애들러(드럼) 등 최강의 라인업이었다.
악마와도 같은 비브라토의 액슬 로즈가 선보이는 변화무쌍한 보이스 톤이 압권을 이룬다. 선입관을 가지지 않는다면 악마성이 느껴지거나 그렇게 소란스럽게 들리지는 않는 앨범이다.
-수록곡-
1.Welcome To The Jungle
2.It's So Easy
3.Nightrain
4.Out Ta Get Me
5.Mr. Brownstone
6.Paradise City
7.My Michelle
8.Think About You
9.Sweet Child O' Mine
10.You're Crazy
11.Anything Goes
12.Rocket Que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