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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odeling
윤수일
2006

by 임진모

2006.05.01

윤수일답다. 익히 알려진 한 두곡을 새 앨범에 집어넣는 컴백 '7080'세대 가수들의 관행과 달리 전부 신곡으로 앨범을 채웠다는 점이 그러하다. 물론 하나도 빠짐없는 윤수일 자작곡이다. 두 번째는 타이틀곡 '숲바다 섬마을'이다. 이 곡은 볼륨이 높고 리듬이 많이 쪼개지는 신세대 스타일의 록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중간의 기타 솔로가 말해주듯 엄연한 록 계열 작품이다.

이런 노래로, 더구나 1955년생으로 50세를 넘긴 노장이 모처럼 내놓은 신보에서 미는 곡을 '장사가 잘 안 되는' 록 스타일로 정했다는 것은 위험해 보인다. 이 용단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과감하다고 하는 것은 록의 변방 위상 말고도, 그의 음악 주 대상 층이 기성세대 관객들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그들의 음악취향은 1977년 '사랑만은 않겠어요'나 이듬해 '유랑자'와 같은 트로트고고 쪽인 듯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겨운 멜로디로 추억을 자극하는 '만추'나 '완벽한 행복'이 더 적합하다. 그런데도 '바람의 아들' 윤수일은 굳이 밴드적인 '숲바다 섬마을'을 택한 것이다.

윤수일은 실상 1980년대 들어서 트로트 풍 음악에서 록으로 전향했다. 그것은 데뷔 이전 록으로 다져온 자신의 길을 기어코 밟아야겠다는, 내 자신의 음악을 해야 한다는 독립의지의 실천이었다. '제2의 고향' '아파트' '아름다워' '환상의 섬' '황홀한 고백' 등 1981년부터 1986년까지 그의 전성기를 수놓은 명작들은 모두 밴드에 의한 록이었다.

1999년 싱글 '도시의 이별'을 낸 뒤 무려 7년만의 신보인 이 작품을 구상하면서 그는 대중적인 트로트성향의 노래와 '음악적인' 록 사이에서 갈등했음이 분명하다. 나이를 고려하면 전자가 맞지만 '트로트로 가면 사운드의 질과 음악적 상상력의 확장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는 신념에 따라 록에 중력을 실은 것이다. 신세대 록 밴드도 막상 앨범을 내놓고는 발라드로 타이틀곡을 정하는 경향을 감안하면 더 용기가 돋보인다. 물론 전체적으로는 두 음악의 포괄적 수용이다.

그의 사고중심은 대중친화력에 있는 것 같다. 수록된 10곡 가운데 귀와 접속이 어려운 곡은 없다. 감각이 다른 신세대들은 우리 스타일이 아니라고 할 테지만 적어도 기성세대들은 생성 기원을 알지 못하는 그 '친근함'에 끌릴 것이다. '만추'를 비롯해 'Never say goodbye' '인생의 강' '완벽한 행복' '사랑해야지' 등은 과거 록으로 포효하는 동시에 감성 선율을 놓치지 않았던 그의 천부적 향토성을 말해준다. '숲바다 섬마을'도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무너져 내리는 나'는 편곡이 돋보이는 앨범의 보석이다. 윤수일의 음악적인 '전진' 욕구를 이입하면서도 대중적 성과를 위해 필요한 '복고' 과녁을 정확히 조준, 두 지향을 잘 뒤섞어냈다. 자신의 고유 터전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다 담아낼 수 있는 것은 관록의 소산이다. 그 자신도 '새로운 윤수일'을 대변하는 곡이라고 했다.

앨범의 주제는 그만의 키워드라고 할 외로움이다. 전성기 시절 함께 했고 이번 신보로 다시 뭉친 매니저 김성일씨 말대로 곡마다 중년의 고독이 절절 배어나온다. '완벽한 행복'에서 '어차피 산다는 것은 외로움이죠/ 사랑도 외로움인 걸...'하는 대목을 접하면 기성세대들은 가슴이 미어질 것이다. 고독이란 테마와 곡의 무드가 잘 만난 앨범이다. 윤수일이 돌아왔다. 앨범이 함축하는 것은 결국 이 말이다.

-수록곡-
1 숲바다 섬마을
2 Never say goodbye
3 만추
4 Moon night
5 인생의 강
6 완벽한 행복
7 무너져 내리는 나
8 해운대
9 사랑해야지
10 Nayana
작사 작곡: 윤수일
임진모(jjinm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