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적 응원가로 영속성 획득한 ‘아파트’의 가치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월드와이드 히트송 ‘Apt’에 못지않다. 당시로선 놀라운 세련미로 “코리안 시티팝의 원류”로 평가된 ‘아름다워’와 한미(韓美)의 로큰롤 교배 ‘제2의 고향’, 안타 프로덕션의 트로트고고 명작 ‘사랑만은 않겠어요’로 장르 불문 명곡을 쏟아낸 윤수일은 자타공인 1980년대를 대표하는 히트 메이커였다.
구슬픈 마음을 동물에 투영한 ‘앵무새’와 전파 매체를 향한 애정 ‘Radio love’ 수록의 2011년 작 < 앵무새 > 이후 11년 만에 나온 신보는 “인생”을 담은 컨셉트 앨범. 고희(古稀)의 음악가가 통달(通達)의 언어로 쓴 열 조각 수기(手記)엔 애틋한 과거와 희망찬 미래, 생생한 현재가 어려있다.
팝과 전통가요를 줄타기하는 ‘꿈인지 생신지’와 ‘제2의 고향’에 이어 다시금 서울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서울나그네’의 토속성이 에드워드 엘가의 고전음악 명작 ‘사랑의 인사’를 인용한 ‘사랑의 세레나데’와 조화롭다. 퓨전 재즈 풍 인스트루멘탈 ‘Life(인생)’ 오르간이 쫀득한 펑키(Funky) 넘버 ‘살아있다는 것으로’까지 한미는 끊임없이 이합집산한다.
미8군 무대의 경험과 팝뮤직 공부의 천착으로 윤수일 DNA에 녹아든 장르 넘나들기와 범용성은 어덜트 오리엔티드 록(AOR)과 국악기의 융합, 한글과 영어 혼용에 태국의 이국성까지 첨가한 ‘파타야’에서 극에 이른다. 과거 “다름”의 시선과 선입견의 좌절감 사이에서 피어난 초국적 성향과 다원주의를 집약했다.
국민가요 보유와 ‘아름다워’를 통한 음악성 재조명 등 예술가로서 영예를 이룬 윤수일은 아직도 소리가 고프다. 정규작 하나 내기도 버거운 가요계에서 스물다섯의 의미는 지속력과 열정, 보다 근원적인 음악에 대한 운명론을 가리킨다.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 결과물로 연결 짓는다는 명료하고도 고결한 이 순례길이 < 우리들의 이야기 (2025. Ver) > 앞에 다시금 펼쳐졌다.
-수록곡-
1.꿈인지 생신지
2. 사랑의 세레나데 [추천]
3. 살아있다는 것으로 [추천]
4. 널 그리며
5. 서울나그네
6. 청사포 쌍 등대
7. 파타야 [추천]
8. 때때로
9. Life(인생) [추천]
10. 더 나은 내일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