훅/코러스 전문 피처링의 주인공 자리는 에이콘(Akon)으로부터 티 페인(T-Pain)에게 넘어간 듯 보인다. 에이콘이 설립한 레이블 콘빅트 뮤직(Konvict Muzik)의 간판 주자였으나 에이콘과 크게 다르지 않은 보컬로 '워너비'에 그칠 것만 같았던 티 페인은 현재 그 우려와는 전혀 다르게 나날이 승승장구하는 중. 오토튠(음정 보정 기구)으로 치장한 보컬은 앨범에 녹음된 소리를 라이브로 완벽하게 구현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배제해버린 채 흑인 음악팬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으며, 그와 같은 특화로써 많은 뮤지션의 음악에 단골로 등장하는 데에도 1위에 오를 상황이다. 또한, 그가 목소리를 입힌 노래 다수는 클럽 디제이들의 세트 리스트에 감초처럼 들어가니 티 페인처럼 현시대 청춘들과 가까이하는 가수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의 세 번째 앨범은 그가 흑인 음악 신에 발을 내디딘 이후 경험했던 순탄함을 지속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 수작이 아니라 범작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전작들로 많은 지지를 얻고 사랑을 받았기에 신보를 제작하면서 적지 않게 심리적 압박을 받았겠지만, 그렇다고 역사에 길이 남을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 내지는 의무감은 그리 들지 않았나 보다. 데뷔작 < Rappa Ternt Sanga >, 뒤를 잇는 < Epiphany >와 마찬가지로 눈에 띄는 특별한 변화 없이 스냅 뮤직과 리듬 앤 블루스를 대중적으로 윤색한 팝 음악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혁신보다 안정을 택해 친숙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다가선다.

굳이 예전과 달라진 점을 찾는다면 게스트로 참여한 가수들의 수가 지난번보다 껑충 뛰어올랐다는 것이다. 릴 웨인(Lil Wayne), 크리스 브라운(Chris Brown), 시아라(Ciara),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등등 목소리 출연 인원이 마치 컴필레이션을 방불케 한다. 그동안 티 페인이 객원 보컬로서 쌓아온 오지랖의 대가가 될까.

앨범은 처음부터 끝까지 적정 수준의 바운스를 유지해 느린 템포의 노래를 듣고 있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들린다. 첫 싱글 'Can't believe it'는 여백 있는 프로그래밍으로 티 페인 특유의 음악 성향을 강조하며, 두 번째로 싱글 커트 된 남부 힙합의 전형적 편곡 기법을 사용한 'Chopped n skrewed'는 몽롱한 느낌의 음성과 비트 편집이 완충해 둘의 매력을 극대화한다.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Change the world'를 샘플링한 'Change' 역시 원곡의 익숙한 멜로디를 타고 흐르는 티 페인의 보컬이 적당한 탄력을 덧대 재미를 증가시킨다.

아직 그의 보컬에는 첫인상만 강하게 남길 뿐, 깊이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그가 여러 가수의 곡에 특별 참여를 차지하고 인기를 누린다는 것은 젊은 세대의 감각과 친화하기에 좋은, 에너지 충만한 무언가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지나친 가벼움이 단점일지라도 거기에 즐거움은 늘 상응한다.

-수록곡-

1. Welcome to thr33 ringz (Intro)

2. Ringleader man

4. Take a ride (Skit)

5. Freeze (feat. Chris Brown)

6. Blowing up (feat. Ciara)

7. Can't believe it (feat. Lil Wayne)

9. Feed the lions (Skit)

10. Therapy (feat. Kanye West)

11. Long lap dance

13. Keep going

14. Superstar lady (feat. Young Cash)

16. Digital (feat. Tay Dizm)

17. Karaoke (feat. Dj Khal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