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티 페인에 대한 논쟁이 불붙은 것을 보면 하나만큼은 분명해진다. 오토튠이 한 때 전 세계를 뒤덮었으며, 이 만능도구로 덕을 본 뮤지션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민도 될 법하다. 신드롬 뒤의 찾아 온 비수기에도 자신의 고유성을 고수할 것이냐는 문제다. 이제는 현란한 기계음성이 귀에 물린 대중을 충족시켜야 하고, 어쭙잖게 노선을 수정했다가는 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임을 각오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자신감 있게 내놓을 수 있는 주축 메뉴를 포기하는 것은 상업적인 성공의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크다.
때문에 진화를 의미하는 'Evolve'를 내포하며 < rEVOLVEr >라는 앨범 명을 선택한 것은 그의 의도를 충분히 예상케 한다. 제이 지(Jay-Z)가 굳이 'D.O.A(Death Of Auto-tune)'를 천명하지 않았더라도 위기의 순간은 예상되었던 수순이다. 사실상 생존의 갈림길이다. 그리고 그의 타개책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컨버전스”였다.
사실 그는 “내려놓음”을 통해 분위기 전환을 꾀했는지도 모른다. 이번 앨범에서는 상당 부분의 비중을 외부 프로듀서에게 양도했다. 영 파이어(Young Fyre) 뿐만 아니라, 빌보드(Billboard)나 티-마이너스(T-Minus) 등 캐나다 프로듀서진들도 눈에 띈다. 허나 이 같은 인적 자원 교체로 밀어붙이는 비상대책위원회가 쇄신을 가져왔는지는 불분명하다. 티 페인이라는 캐릭터가 워낙 강하기 때문에 외부 프로듀서들도 기존의 뉘앙스를 크게 해체하지 못한 것이다. 스파크가 터지고 잘게 난도질하는 비트 위에, 프로그램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고음이 여전히 돌출한다.
하지만 이번 앨범에서 자신감 있게 내놓았고 반응도 좋은 트랙은 역시 '5 o.`clock'이다. 릴리 알렌(Lily Allen)이 읊조리는 고요한 인트로부터 예상을 뒤엎으며 이번 앨범의 반전이 시작된다. 숨소리마저 들릴 것 같이 체온을 담은 릴리 알렌의 보컬이 0과 1로 나눠지는 티-페인의 기계음과 아이러니하게 어울린다. 오케스트레이션으로 편곡한 'Default picture', 피아노 라인이 곡을 리드하는 알앤비 성향의 'Rock bottom', 'Drowning again'도 아날로그적 악기와 디지털 도구의 조화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그 자신이 추구하려는 음악은 언제나 랩 송(Rap Song)이라는 개념이었다. 오토튠이라는 도구가 '노래'의 표현방식으로써 인정받을 수 있냐는 문제에서 결격사유가 된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번 앨범에서만큼은 대중이 일반적으로 따라 부를 수 있다고 인식하는 '노래'의 원형에 상당부분 접근했다고 본다. 그리고 어느 알앤비 가수보다 뒤지지 않는 '감미로운' 멜로디를 만들어냈다.
-수록곡-
1. Bang bang pow pow (feat. Lil Wayne)
2. Bottlez (feat. Detail)
3. It's not you (It's me) T-Pain VS. Chuckie (feat. Pitbull)
4. Default picture [추천]
5. 5 o'clock (feat. Lily Allen & Wiz Khalifa) [추천]
6. Sho-time (Pleasure thang)
7. Rock bottom
8. Look at her go (feat. Chris Brown)
9. Mix'd girl
10. I don't give a fuk
11. Drowning again (feat. One Chance)
12. When I come home
13. Best love song (feat. Chris Brown) [추천]
14. Turn all the lights on (feat. Ne-Yo)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