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ENSE
미스터 칠드런(Mr. Children)
2010

by 황선업

2010.12.01

이들의 자신감이 오만함으로 변질된 적은 없었다. 1991년 이래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일본의 국민밴드가 선행 싱글도, 별다른 프로모션도 없이 내놓은 16번째 앨범은 이 명제의 필요조건을 충족시킨다. 데뷔 20주년의 끝자락을 장식한 무모한 마케팅은 첫 주 50만장의 판매고를 올리며 여전히 대중과 그룹이 서로 신뢰하고 있음을 증명했다. 현재 일본 음악신에서의 위치를 짐작케 한다.

전체적인 인상은 팝록 사운드를 기반으로 한 전작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일부에서는 아무런 홍보가 없었던 만큼 < Versus >에서 < 深海(심해) >로 넘어갈 당시만큼이나 획기적인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추측에 그쳤다. 다만 일상의 소소함을 콘셉트로 잡았던 근작인 < Home >과 < Supermarket Fantasy >와는 달리 메시지 측면에서 무게감이 느껴진다. 더욱 직설적이며 자아의 내부로 화살을 돌리는 자기 비관적인 내용만큼은 < 深海(심해) >의 바다 속 어두운 이미지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가사와 달리 사운드는 어느 때보다도 대중 친화적이다. 멜로디의 흡입력은 < It's a Wonderful World >부터를 지칭하는 후기작들 중 단연 발군이다. 다만 점점 커져가는 리더 사쿠라이 카즈토시(桜井和寿)의 지분이 록이라는 정체성에 위협을 가하는 양날의 검으로 존재한다.

기타의 어프로치가 귀를 잡아끄는 'I'까지만 해도 잠시 잊고 있었던 < Q >와 < Discovery >에서의 로큰롤 본능이 깨어나려 한다. 특이한 코드워크와 분위기는 그 질감에 확실히 근접해 있다. 이어지는 '擬態(의태)'와 'Howl'은 잠깐의 회귀에서 돌아와 현재를 걷는 트랙이다. '箒星(혜성)'과 'Paddle'을 각각 연상케 하는 최근의 스타일이 반영됐다.

신스 사운드가 맹공을 펼치는 와중에도 연주 파트가 뿌리를 온전히 뻗치고 있는 'ロックンロールは生きている(로큰롤은 살아있다)'는 로큰롤에 대한 자각을 강하게 드러내며 초기 팬들에게 화답을 안겨줄만 하다. 비장한 분위기의 발라드 곡 'ロザリータ(로자리타)' 역시 작품만의 고유성을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되는 회심의 카드이다.

수록곡들이 방대한 그림의 퍼즐조각과도 같았던 최근작들에 비해 앨범의 일관성에 대한 고민은 줄어들었다. 대신 각각의 곡들이 명확한 임팩트를 남기는 모습은 밀리언 싱글을 위시한 탓에 약간 어수선한 구성을 띄었던 < Bolero >에 가까운 느낌이다. 세대를 넘어 대중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욕심의 일부분으로 보여 진다.

여전히 미스터 칠드런식 어법은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한 장의 시디를 가득 채운 그들만의 보편적 감성은 언제나처럼 경직된 음악적 이미지에 자문을 던진다. 과연 모든 것을 전복시킬만한 진화는 다시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인가 하고. 언제나 동반되지 못하는 해답은 다시금 다음 작품의 기대감으로 이어진다. 변화의 복선만 깔아 놓은 채 단지 소소한 한걸음만을 내딛었을 뿐, 이번에도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많은 시선을 피해 자신들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 강산이 두 번 변해도 소나무처럼 꿋꿋한 이유다.

-수록곡-
1. I [추천]
2. 擬態(의태)
3. Howl [추천]
4. I'm talking about lovin'
5. 365日
6. ロックンロールは生きている(로큰롤은 살아있다) [추천]
7. ロザリータ(로자리타) [추천]
8. 蒼(파란색)
9. Fanfare
10. ハル(봄) [추천]
11. Prelude [추천]
12. Forever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