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추천 앨범 리스트를 훑다보면 ‘사비나 앤 드론즈(Savina & Drones)’를 자주 목격하게 된다. 트렌드와 장르에서 빗겨 서서, 능숙하게 ‘자의식 과잉’이나 ‘치기’까지 따돌린 젊은 아티스트는 주의를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신보 역시 기분좋게 끈적거리며 귓가를 쓰다듬는다.
사비나의 원초적인 보컬은 감정 그대로를 토해낸 것이다. 가슴에서 길러낸 축축한 감성은 흩어지고 부풀러 올라 상대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현기증과 비슷한 이런 경험은 독특한 음악 작법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그녀의 소울메이트이자 프로듀서인 김영준과의 작업은 후기산업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예술적인 공정을 거친다. 정해진 멜로디나 특별한 가사 없이 김영준의 드론즈(가슴을 울리는 공명)에 맞춰 즉석에서 형체를 만든다. 여기에 몰입의 과정에서 솟아난 영감들은 곡에 긴 숨을 불어넣는다.
아득하게 피었다가 명멸하는 멜로디 속에서 사비나의 감성은 습습한 잔향을 남기며 떠돈다. 무기(巫氣)서린 보컬에 홀려 방황하다가는 끝도 보이지 않는 까마득한 바닥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는 마치 빙의라도 된 것처럼 외로움과 가슴앓이가 스쳐 지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