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M의 행보는 정말로 무섭다. '음악의 상품화'라는 전통에 가까운 비판논리를 제쳐두면, 완성도 쪽에서는 도무지 결함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 지경이니. 성의 없는 그룹명에 실망할 새도 없이 몰아치는 그루브의 파도가 그룹활동으로서 굳혀진 캐릭터를 씻어 내려간다. 시크릿의 ‘Madonna’, 신화의 ‘Be my love’ 등 아이돌들이 독립영역을 물색하기 위해 소울과 펑크로의 탐색을 추진하는 요즘, 이들은 중요 포인트를 정확히 짚어내며 우위에 올라선다.

핵심은 두 가지. 우선 하나는 베이스와 드럼의 유기성이다. 탄탄한 리듬구조 덕분에 무릎에 올라가 있는 펑키한 기타리프도, 등에 업혀 있는 신스 사운드도 완벽한 하나의 개체로서 작용한다. 또 다른 하나는 보컬. 생각보다 바리에이션이 넓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 태연의 고공비행을 티파니와 서현이 보좌하며 자존감 강한 여성의 도도함을 무리 없이 표현해낸다.

팔레트 내에서 볼 수 없던 색깔의 발현은 본래 컬러보다는 농도와 물감의 양에서 결정된다. 멤버 구성도 구성이지만, 이를 알맞게 섞어 구현시킨 기획사의 안목이 절정에 달했다고 느껴지는 2012년이다. 과거의 유산과 현재의 트렌드가 맛있게 믹스된 이상적인 21세기형 브로드웨이 튠.